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RPT 개발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RPT 개발사에 들인 누적 투자금액은 총 104억달러(약 15조2337억원)에 달한다.
RPT란 암세포에 핵폭탄(악티늄)을 전달하는 원리의 의약품이다. 해당 항암제를 체내에 투여해 암세포만 정밀하게 공격하는 방식으로 '방사선 미사일'로 불린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외부에서 방사선을 통해 암에 타깃하는 방식으로 암 외에 건강한 조직도 파괴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RPT는 암세포만 파괴하고 약효가 강한 강점이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 분야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RPT분야에 발빠르게 진입하는 모습이다. 2023년 11월 일라이릴리는 미국 방사성의약품 기업인 포인트바이오파마를 14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12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방사성 의약품 치료 기업인 레이즈바이오를 41억달러(약 5조8900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계약으로 BMS는 레이즈바이오가 개발한 새로운 표적 방사선 치료제 'RYZ101'에 대한 권리를 얻게 됐다.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는 차세대 방사성 물질 악티늄 기반의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퓨전 파마슈티컬스를 24억달러(약 3조4400억원)에 매입했고, 노바티스는 작년 5월, 마리아나 온콜로지를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에 인수해 RPT분야의 파이프라인을 강화했다.
앞서 노바티스는 2017년 프랑스 제약그룹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39억달러(약 5조7174억원)에, 2018년 미국 제약사 '엔도사이트'를 21억달러(약 3조786억원)에 각각 인수하며 RPT 약물 '루타테라'와 '플루빅토'를 확보했다. 루타테라는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의약품이다.
플루빅토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이 전립선암에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인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결합해 전립선암 세포에 치료용 방사선을 전달하는 원리로 암세포를 사멸하는데, 해당 약물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매출 6억5000만달러(9600억원)를 기록했다. 플루빅토는 지난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전립선암 치료에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는 전 세계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2022년 52억달러(7조원)에서 10년간 연평균 10.2% 성장해 137억달러(18조원) 규모까지 확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 진입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곳은 SK바이오팜, 동아에스티, 듀켐바이오, 퓨쳐켐 등이다. 지난해 11월 SK바이오팜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RPT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통해 전임상 단계의 RPT 후보물질 도출하고, 암 치료 표적(타겟)에 대한 유효물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앱티스는 RPT 개발기업 셀비온과 위암·췌장암 치료제 항체-방사성 동위원소 접합체(ARC)를 개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RPT 시장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와 루타테라가 유일하게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아 상업화 중"이라면서 " M&A를 통해 더 강력한 RPT 분야 R&D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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