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3일 임시주총서 선임
취임식 생략… 현업 챙기기 나서
내부 통제 강화 등 과제 '산적'
취임식 생략… 현업 챙기기 나서
내부 통제 강화 등 과제 '산적'
NH농협금융그룹에 '이찬우 체제'가 3일 출범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찬우(사진)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이석준 전 회장이 퇴임하면서 대행 체제로 운영됐던 NH농협금융이 신임 회장 취임으로 즉각 새판 짜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식도 생략하고 바로 현업 챙기기에 나섰다. 그만큼 쌓인 숙제가 많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내부 통제 강화와 수익성 개선, 디지털 혁신 등을 꼽고 있다. 그립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의 관계 설정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농협금융은 지난해에만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을 공시하는 등 최근 금융사고가 급증했다.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도 3건 발생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3월 109억원, 5월 110억원 배임에 이어 9월 121억원 횡령, 10월 140억원 사기 등 100억원이 넘는 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수익성도 높여야 한다.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수익성이 가장 낮다. 당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익은 2조3151억원이다. 리딩금융인 KB금융(4조3953억원)보다 2조원 이상 뒤처진다. 경쟁사들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고른 수익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도 작년 3분기 누적기준 순익은 1조6561억원으로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약 3조1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지주 보험사 중 농협금융 보험사(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는 같은 기간 각각 2478억, 1518억원 수익을 내 수익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업권 내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NH투자증권(5766억원)은 업권 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 지분율이 50%대에 그치고 있어 이익 기여도가 낮다는 게 흠이다.
빗썸 제휴은행이 KB국민은행으로 변경되면서 농협은행의 시장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농협금융은 디지털 혁신을 수익성을 강화할 열쇠로 삼을 계획이다. 이 회장 취임에 앞서 먼저 선임된 강태영 농협은행장,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도 신년사나 경영전략회의 등을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석준 전 회장의 경우 자회사(NH투자증권) 대표이사 인사 문제로 강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같은 갈등은 잇딴 금융사고와 맞물리며 금감원의 감사로 이어졌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강호동 체제에서 낙점된 만큼, 이 전 회장 때와 같은 신경전을 벌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금감원 출신인 만큼 지배구조 강화나 독립성 강화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 회장 및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 내부 결속 강화 등 쉽지 않은 숙제를 계속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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