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본업 악화로 연초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달 중 소상공인 및 개인사업자 지원 차원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릴 예정이다.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혜자카드'를 단종하거나 부가 혜택 등을 줄이고 있다. 상생 금융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연초에 소비자 혜택을 강화한 신규 카드를 출시하기 보다는 혜자카드를 단종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리뉴얼 상품으로 선보인 경우에도 연회비를 올리면서 되레 소비자 혜택을 줄였다.
BC카드는 이날부터 전월 이용실적 없이도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제공한 'BC 바로 에어플러스 스카이패스'의 발급을 중단했다. BC카드는 지난달 초 'BC 바로 블랙핑크', 'BC 바로 페이백플러스' 등의 발급도 중단한 바 있다.
스카이패스 카드는 지난 2023년 2월에 출시한 신용카드 상품으로, 전월 이용실적과 무관하게 국내외 결제금액 1000원당 기본 1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했다. 무실적에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 혜택이 쏠쏠한 상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 카드는 월 누적 이용액 100만원당 보너스 200마일리지도 무제한 적립할 수 있었다.
현대카드도 지난해에 이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상품 및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소비자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모양새다. 최근 '네이버 현대카드 에디션(Edition)2'를 내놓으며 리워드 및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면서 연회비를 올렸다. 네이버쇼핑 외 국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적립 포인트를 1.0%에서 0.7%로 낮췄다. 연회비는 기존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고, 전월 이용실적 기준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그동안 무료로 제공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권' 혜택은 없앴다.
이러한 혜택 축소는 또 한번 내리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오는 14일부터 영세·중소가맹점 대상으로 적용 수수료율을 0.05~0.10%포인트(p) 인하할 예정이다. 이번 인하는 2012년 이후 다섯 번째로, 적격비용 재산정 시점인 3년마다 수수료율을 줄곧 내린 바 있다. 카드사들이 우대 수수료 인하 분을 상쇄하기 위해 추진한 방안도 막혔다. 이번 재조정 시기에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고 3년간 수수료율을 동결하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줄어드는 수수료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 축소와 희망퇴직을 통한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비용 절감에도 나서고 있다. 새해 들어 주요 가맹점에서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자취를 감췄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선보였다가 할부 기간을 다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이 같은 혜택 감소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과도한 수수료 규제가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며, 신용카드 사용자 혜택 감소와 연회비 인상, 대출 목적의 신용카드 발급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며 "과도한 수수료율 인하가 카드 회원의 이탈을 초래해 신용카드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업의 가격 체계는 단순히 이해관계자 간 이익 배분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되므로,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혁신 역량을 지원하고 활성화할 정책 적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