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영·IT·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 하나로 융합된 학문
최고의 교수 초빙 집중… 지금도 학풍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
최고의 교수 초빙 집중… 지금도 학풍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
![[오늘의 DT인] "서로 이어주는 `씨줄` 역할 필요… 플랫폼부터 부동산까지 모두 연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402102163046001[1].jpg "[오늘의 DT인] \"서로 이어주는 `씨줄` 역할 필요… 플랫폼부터 부동산까지 모두 연결\"")
이상근 서강대 교수
"하나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를 엮어주는 사람도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전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여러 분야를 이어주는 '씨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플랫폼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교수가 갑작스레 부동산학과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상근(55·사진) 서강대 교수는 부동산은 경영과 IT,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가 하나로 융합된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은 2013년도에 LX한국국토정보공사 비상임 이사로 임명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는데, 일제 강점기때부터 종이로 관리되던 부동산 때문에 분쟁도 많았는데, 이걸 바꾸기 위해서는 IT 분야가 꼭 필요하더라고요."
단순한 부동산 등기의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부동산 분야와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토정보공사에서 얘기했던 것이 미래 먹거리로 드론길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지하와 지상, 하늘까지 국토정보공사가 관리하는 분야를 넓히자는 거였죠.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핵심적인 분야가 하나로 뭉쳐야 됩니다."
이 교수는 학부시절에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일본에서 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때 전공은 생산관리였어요. 제조업이 강해야 국가가 튼튼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생산 관리를 전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본에서 시스템공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스템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ERP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죠."
탈중개화에서 재중개화로 바뀌면서 기존의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마들어 내는 단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스템공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으로 떠났지만, 이 과정에서 '논문 역량'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만난 지도 교수님이 앞으로 수요보다 공급과 생산이 늘어날 것이고, 여기서는 생산 관리보다는 경영정보학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지도교수님이 목표관리 프로그램을 만든 생산관리 최고 권위자셨는데, 교수님 밑에서 품질 관리와 정보관리 논문을 쓰고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온 뒤 당시 강의를 맡은 곳이 비즈니스 학부였다. 이때부터 플랫폼 전문가의 길이 시작됐다.
"기존 제조업에서 플랫폼 제조업 시대로 넘어가는 것은 쉽게 말해 중개로 넘어가는거에요. 네트워크, 온라인에 의한 중개로 세상이 바뀌는 거죠. 2004년도부터 이런 것들을 가르쳤는데 당시 학생들이 벌써 지금의 쿠팡이나 다방 같은 플랫폼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당시에는 국내에 이 같은 플랫폼 산업이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94년 설립된 전자상거래업체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물류센터 구축 전략을 펼쳤는데, 학생들이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제가 '이게 되겠냐'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금력이 동반되지 않은 대규모 사업을 기업 하나가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을 거라고 학생들에게 부정적으로 답변을 했던 것이 아직도 후회가 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가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여기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연구재단 최초로 메타버스에 대한 용역을 했어요. 이때 공부한 것이 세컨 라이프 닷컴이었어요. 거기서 가상 공간에 대한 세상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이라는 건 모르고 가상 공간 내의 화폐를 알게 됐죠."
이후 서강대로 옮기면서 대규모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가상화폐도 이때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플랫폼 산업과 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새로운 산업이 주목받기 전부터 빠르게 접하며 전문 분야를 넓혔다.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다고 했다. "박사 과정 부전공을 컴퓨터 과목을 했는데, 관련 전공이 아니었다 보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과제가 엄청 힘들었어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고 하잖아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피해가려고 하니까 결국 나중에 제일 어려울 때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요즘 학생들에게 뒤로 숨지 말라고 얘기해요. 언젠가 마주치기 때문에 먼저 마주쳐서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플랫폼과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던 이 교수는 2023년 서강대에 부동산 관련 학과를 만들었다. 그동안 투기라는 인식이 강했던 부동산을 학문적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서강대 부동산학과에는 통계학과 부동산금융론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비계량된 데이터를 계량화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통계학이 필요합니다. 이런 통계나 금융이 바탕이 되면 PF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죠. 이 과정에서 IT도 필수가 되니 부동산은 총체적 융합 학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동산과 플랫폼, IT와의 연관성도 강조했다. "아직도 부동산 거래는 사람이 직접 가서 보고, 서류를 떼야 되잖아요. 이런 오프라인 거래가 프롭테크를 통해 바뀌는 것은 결국 IT가 접목돼 산업이 바뀌는 것이죠."
부동산학과를 만들고 가장 집중한 것은 '최고의 교수'를 모셔오는 것이었다. "부동산학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한 만큼 차별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른 곳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저는 학문적인 어프로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사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연이 없는 교수라도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면 모셔왔습니다.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은 강사료를 지급하면서 좋은 강사를 모셔와야 하이 퀄리티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죠. 처음에는 조금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도 학풍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새로운 학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합리적인 부동산학'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예전처럼 부동산 값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은 잘 없을겁니다. 그렇게 되면 분석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정해질 수 있게 되겠죠. 예전같이 주먹구구 식이 아니라 체계적인 산업으로서 자리잡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부동산 기업이나 디벨로퍼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겁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 전문가가 아니라 매개자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 아주 깊게 아는게 아니지만 매개자는 연결만 잘 해줘도 남는게 생기죠. 위와 아래를 엮어주는 날줄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가로를 이어주는 씨줄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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