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오드리 로드 읽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4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오드리 로드 읽기")
오드리 로드
박미선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억압'은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등의 권력체계가 복잡하게 교직해 작용한다. 이런 억압의 작동 양상을 밝히는 '교차성 이론'은 오늘날 사회 불평등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접근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교차성 이론'의 근원에 흑인 페미니즘, 특히 오드리 로드(1934∼1992)가 자리한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로드는 대표적인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다. 시인이자 작가, 그리고 열정적인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특히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성(性)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했다. 백인 여성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기르는 레즈비언 엄마였던 그는 여러 위계의 교차점에 선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지식으로 생산하며 현대 페미니즘 이론을 크게 혁신했다. 흑인 민권 운동과 급진적 여성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무엇보다 그는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미국 주류 문단의 벽을 허물었다. '블랙 유니콘'(1978)을 비롯해 10권 남짓의 시집을 출판했다. 시의 주된 주제는 억압, 정체성, 사랑, 분노, 자유 등이었다. 산문과 강연 모음집 '시스터 아웃사이더'(1984)는 그의 사상과 정치적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다. 여기서 그는 사회적 정의를 위한 행동주의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책은 흑인 페미니즘 전통에 뿌리를 둔 로드의 존재론·인식론·관계론을 10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로드가 왜 여성들 사이의 차이와 깊은 감정의 힘에 주목했는지, 성애와 시학에 어떤 역할을 부여했는지, 분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여겼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로드에 따르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온전히 정의하고 긍정하는 일은 '생존의 문제'이고 '앎의 문제'이자, 다른 이들과 함께 온전히 살아가는 삶을 쟁취하는 '정치'다. 로드의 이론에서 독자들은 억압과 혐오에 맞설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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