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조치로 애플이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급락했다. 특히 애플의 핵심 생산 기지가 여전히 중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추가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 판매 감소와 미중 패권경쟁, AI 혁신 지체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갈길 바쁜 애플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애플 주가 3.4%↓…테슬라 제외, 기술주 중 최대 낙폭
현지시간 3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3.39% 하락한 228.01달러(약 33만3,122원)로 거래를 마쳤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5.17%)를 제외하면 주요 기술 기업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애플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한 우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와 멕시코(각 25%)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포함한 핵심 제품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아이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CNBC는 "애플의 주가 하락은 수입 비용 증가에 대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 관세 제외 가능성 불확실…소비자 부담 전가 시 리스크 증가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관세 적용 제외 요청을 받아들여졌지만, 이번에도 동일한 조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로젠블라트증권의 바르톤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은 예상 밖"이라며, "애플이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월가에서는 애플의 목표 주가를 오히려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며, 목표 주가를 253달러에서 2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BofA는 애플이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통해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며, 관세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서는 "추가 관세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애플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수익성, AI 엣지 디바이스 기술이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실질적인 관세 영향은 미국 시장의 제품 수요를 중국 외 지역에서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BofA의 웜지 모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미국 내 기기의 80%를 중국 외 지역에서 공급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연간 수익이 주당 0.05달러, 1% 미만 감소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 내 기기의 절반이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된다면 전체 연간 수익은 0.12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 엔비디아, 4개월 만에 최저가…딥시크 충격에 관세까지 겹쳐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도 연이은 악재로 타격을 입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84% 하락한 116.66달러에 마감하며, 지난해 9월 23일(116.25달러)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발 충격에 이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엔비디아는 최신 AI 칩을 전량 대만 TSMC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TSMC 주가 역시 4.55% 하락했다.
◇ '중국발 AI 공습' 속 애플·엔비디아의 돌파구는?
애플과 엔비디아는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과 관세 리스크가 향후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공급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를 활용한 신제품을 통해 관세 영향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또한 AI 칩 시장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엔비디아 모두 AI 시대의 선두주자지만, 중국발 AI 공습과 관세 장벽을 넘어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