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인공지능(AI) 전용 단말기와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넘어 로봇과 양자컴퓨팅까지 연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연구를 선도해 온 오픈AI가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술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오픈AI, AI 하드웨어 확장…상표 등록 신청서에 로봇·양자컴 언급
현지시간 3일,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지난달 31일 미국 특허청(USPTO)에 오픈AI 관련 제품의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상표 등록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이번 신청서에는 오픈AI가 단기적으로 출시할 제품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제품 로드맵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신청서에는 헤드폰, 스마트 안경, 리모컨, 노트북 및 휴대폰 케이스, 스마트워치, AR·VR 헤드셋 등 다양한 AI 기반 하드웨어 제품이 포함됐다. 특히'인간과 소통하고 학습 기능을 갖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설명이 명시돼, 오픈AI가 로봇 개발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로봇 개발 본격화? 메타 출신 전문가 영입…AI 센서 연구 진행
오픈AI는 최근 로봇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팀을 구성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메타(구 페이스북)에서 AR 글라스 하드웨어 팀을 이끌었던 케이틀린 칼리노우스키를 영입했다.
또한, 최근 공개된 채용 공고를 보면 오픈AI는 맞춤형 센서와 AI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갖춘 로봇을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는 이 로봇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AI 전용 칩부터 양자컴퓨팅까지…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구축?
오픈AI의 상표 등록 신청서에는 맞춤형 AI 칩과 'AI 모델 성능 최적화를 위한 양자컴퓨팅 활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오픈AI는 현재 자체 AI 모델을 구동할 맞춤형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와 관련해 반도체 공동 설계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협력해 2026년까지 맞춤형 AI 칩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일본 경제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AI 운영을 위한 반도체 개발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칩 개발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양자컴퓨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사이퀀텀(PsiQuantum)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한 사실을 보도했다.
양자컴퓨팅은 동시에 방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AI 모델 훈련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오픈AI가 사용하는 GPU 기반 컴퓨팅 방식은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연산 효율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AI 모델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훈련할 수 있는 차세대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AI 단말기 개발도 본격화…조니 아이브와 협업
올트먼 CEO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해 AI 전용 단말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혀, AI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특히,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오픈AI와 협력해 AI 기반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AI 단말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 오픈AI, 테크 산업의 중심으로…미래 전략은?
오픈AI는 AI 연구를 넘어 하드웨어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AI 기술과 맞춤형 반도체, 로봇, 양자컴퓨팅까지 아우르는 종합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테크크런치는 상표 등록 신청서가 반드시 기업의 실제 제품 로드맵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픈AI가 탐색 중이거나 한때 고려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오픈AI의 전략적 방향이 글로벌 테크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