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사설단체 미래硏 소속 때 직원을 백원우 국회의원실에 인턴 허위등록
채용 인턴 "미래硏서 일, 의원실 가본 적 없다"…2심 재판부 "국회사무처 기망"
벌금 500만원형 1심 유지…尹 "협력관계 白의원실에 추천했을 뿐" 상고 방침
동료 정치인의 국회의원실에, 자신이 소속된 사설단체 직원을 허위 인턴 등록해 급여를 받아간 혐의로 1심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이 아닌 형사범죄 벌금형으로서 의원직 상실과는 무관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구로을·재선).<윤건영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3부(부장판사 이성원)는 4일 윤건영 의원에 대한 사기 혐의 2심 선고기일을 열어, 윤 의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 오인 및 법리 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 측은 "기망행위나 국회를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한다는 인식·의사가 없었으며 국회사무처 담당 직원이 처분 행위를 할 지위가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미루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인턴 근무한 김모씨는 '피고인으로부터 인턴 채용을 제안받고 이에 응해 인턴을 급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면서 "(김씨가) 의원실에서 근무하지 않고 실제 급여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받는 등 기망·편취 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애초 김씨를 백원우 (전 민주당)의원실 인턴으로 둘 생각이 없었으며 오로지 미래연의 월급을 주기 위해 인턴을 제안했고, 대한민국 국회로부터 월급을 받은 김씨의 계좌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계좌가 아닌 미래연 운영자금을 위해 사용된 차명계좌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기죄 구성이 인정된다며 재판부는 "(김씨는) 수사기관에서도 '인턴으로 채용된 뒤에도 실질적으로 미래연에서 일했고 백 의원실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해 백 의원의 의정 활동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위증 유인도 낮다고 봤다.
아울러 "피고인은 '국회사무처 담당 직원이 처분행위 할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를 위해 재산을 처분할 지위는 상법과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무처)직원을 기망해 인턴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미래연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8월 직원 김씨를 백 의원실에 인턴으로 등록하고 국회사무처로부터 약 5달 간 급여 545만원 상당을 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과 백 전 의원을 벌금 300만원 약식기소, 법원은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을 받아들인 백 전 의원과 달리 윤 의원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1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윤 의원 측은 "의원실 인턴채용은 의원(백 전 의원)이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주장, 국가를 상대로 500만원대 편취를 공모할 이유가 없다며 무죄를 호소해왔다.
한편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도 도움이 되고, 미래연과 협력 관계에 있던 백원우 의원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인턴 후보자를 의원실로 '추천'했을 뿐"이라며 "그 채용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여의도의 여러 관행으로 자연스럽게 한 추천이었다"며 "당연히 급여는 해당 직원이 수령했으며, 법률에 위반되는 일이란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런 점에서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많이 아쉽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심의 판단을 구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