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대기업 신입사원으로만 3번 입사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한 직장은 모 방산 대기업 B사다. 이곳에 신입공채로 입사 3년을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초 다시 자동차 관련 대기업 C사에 공채를 거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어 지난해 다시 삼성전자에 신입 입사한 것이다.
A씨는 "군대를 가지 않아 취업 연령에 여유가 있어 신입 입사를 했다"면서 "기업들이 경력이 많은 사람을 선호하다보니 회사를 신입 공채 합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동기 중 상당수가 나처럼 중고 신입"이라고 말했다.
20대·30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중고 신입은 이미 일반 명사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 높은 연봉과 더 큰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을 목표로 '사다리 올라가기식' 취업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약화한 것으로 요인이다.
기업들도 경험이 풍부해 보다 빠르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경력 신입을 선호하고 있다. 산업에 고도화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입사 인력 제한이 사라지면서 30대 초 신입사원도 늘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신규 채용 경력직 비중이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
한은이 고용정보원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상용직 중 경력 신입의 비중은 2009년 17.3%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7년 30.9%로 올라갔고, 2021년에는 37.6%까지 높아졌다. 이같은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쿠르팅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 대기업 신입사원 10명 중 4명 이상은 중고 신입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신입 채용시 '직무 경험'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신입 채용시 직무 관련 경험 중요도는 2023년 58.4%에서 2024년에는 74.6%로 높아졌다. 10개 기업 중 7개 이상이 직무 경험을 채용의 최우선 요건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주로 경력 채용에 활용하던 수시채용을 신입채용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기업의 수시채용 비중은 2023년 48.3%로 기업 2개 중 1개 꼴로 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 신입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부작용도 있다.
30대 중고신입이 늘다보니 20대 취준생의 취업 한파가가 거세지고 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대 상용직 고용률은 34%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출발이 늦다보니 생애 총 취업기간도 2년 정도 감소했고, 이에 따른 생애 총소득도 13%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경력직 채용 증가는 근로자의 직업관과 기업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도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산학협력 프로그램, 채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훈련 제도를 통해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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