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근거로 '환율상승 위험'과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대부분의 위원이 성장과 경기 부진만을 고려하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금통위원은 정치 불안정에 따라 성장 하방 리스크가 커졌고, 금리를 인하해도 환율 상승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5일 열릴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의 이달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은이 4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1월 16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6명 위원 중 5명이 동결을 주장했다.
동결을 지지한 한 위원은 "세계적 강달러에 국내 정세 불안이 더해진 현시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겹친 현재 금리를 일단 동결하고, 지난 두 번의 인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와 외환 부문 리스크가 모두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경우 환율에 추가적 부담을 주면서 물가의 상방 압력이 커져 기대와 달리 국내 금융 여건과 성장에 긴축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 불안을 우려했다.
계엄 후 국내 정치 혼란과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경기 부진 때문에 지금 금리를 낮춰도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위원은 "국내 정치 상황이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아직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와 시기, 미국 신정부의 경제 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 향방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통화정책 효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신 위원은 국내 경기하강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 은 정치적 불안정성 확대로 인해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거나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행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초 전망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내수 부진에 따른 하방 압력이 다소 커진 데다 경제 성장 하방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긴축적 금리 수준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명의 위원들도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