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끌어내` `정치인 체포` 거리둔 사령관들… 尹 "아무일 안 일어나"

입력: 2025-02-04 18:17 한기호 기자

폰트

기자 구독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서 증언
국회측 답변 꺼리다 태도 바꿔
尹 "아무 일 없었어" 혐의부인

4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군 핵심인사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들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 시도한 의혹에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여야 당대표 등 정치인 체포조 운용 의혹엔 한층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5분간 얻은 발언 기회에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관련 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4차에 이어 세번째 직접 출석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의 증인 요청으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연이어 출석해 90분씩 진술했다.

증인 3명은 검찰 조사 등에서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정치인 체포와 국회 봉쇄를 지시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수괴 등 혐의, 김 전 장관과 이·여 전 사령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여 전 사령관은 "형사소송에 관련돼 있다"며 국회 측 대리인단의 증인신문에 구체적 답변을 꺼렸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에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헌재에선 국회 측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문에 응하며 선택적 답변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 측 신문엔 "위헌위법이란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며 "지금도 적법했다고 생각한다"고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 후 '병력 철수' 지시를 수방사가 받았냐는 물음엔 "비화폰으로 (지시)받았고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뒤이은 '체포지시를 받았는지' 질문엔 "없고, 더이상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국회 측이 '계엄선포 직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14명 명단을 받았는지',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명단을 수첩에 받아적으라 한 적 있는지' 묻자 "형사재판 관련 사항이라 자세히 진술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체포할 정치인 15명 위치 확인을 경찰에 요청했는지'엔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통화로 특정인 위치 파악을 요청했고, 작전 계획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명단 구술(口述)이 있었지만 조 청장 기억과 제 기억이 일부 다르다.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계엄 절차에 관해선 "통수권자가 하는 비상계엄 선포에 짧은 순간에 합법·위법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군인들에게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체포조 의혹에 관해선 "제가 (12월3일) 밤 10시40분경 통화에서 '국회는 경찰과 협조하면서 봉쇄하고 있다, 체포조가 나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홍 전 차장이 인터뷰했더라"라며 이견을 보였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요원들 출동 시간은 그로부터 2시간 후 새벽 1시다. (출동)2시간 전 홍 전 차장과 그런 대화를 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증인 직접신문은 불허된 가운데 발언 기회를 얻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 했니, 받았니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빠진 달그림자를 좇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이 지난해 12월4일 새벽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단 의혹엔 "계엄이 해제되고 군 철수 지시가 이뤄졌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라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사안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