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502102269054001[1].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
'1인3역' 넘어 4역까지… 국정안정 위해 구슬땀
야권 공세 부담 속 與선 견제도… 정치와 거리
정경분리 행보에 비선출직 난관 극복 지켜봐야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처리를 위한 국회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직전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한 대행 탄핵 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 소추와 다름이 없다"며 "재고해 달라"고 긴급입장문을 낸 그였다. 간담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원론적 답변을 하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담담해보였다.
몇 시간 뒤 최 부총리는 정부조직법 26조에 따라 기재부장관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으로 표현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주인공이 됐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라는 '1인 3역'의 최 권한대행은 한 총리와 면담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합참의장에게는 북의 도발에 대비해 안보 태세를 견지하라고 지시했다. 외교안보 부처에는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라는 서면 지시를 내렸다. 첫 대국민 메시지로는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를 내놨다.
그 뒤 행보는 보아온 대로다.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경제 콘트롤을 넘어 3역이 부여된 그로서는 '즐풍목우'(櫛風沐雨)를 떠올렸을지 모르겠다. '즐풍목우'는 바람으로 빗질을 하고, 빗물로 몸을 씻는다는 뜻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고생한다는 의미다. '당서' 등에 따르면 중국 순 임금 시절 우가 치수 사업을 하며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열과 성을 쏟아 부은 데서 생긴 고사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502102269054001[2].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
야권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곧이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공석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사망자가 179명에 달하는 여객기 참사가 터졌다. 1인3역을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역할까지 4역을 맡게 됐다. 여기에 미사일 발사 같은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고,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해외 전망이 쏟아졌다.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20명 가운데 5명의 직무가 정지돼 있거나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40일 넘게 위기를 해쳐나가는 '최 대대행 체제'에 대한 공직사회 내부의 시각은 어떨까.
재정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달 사이 악재라는 악재는 다 터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이)정치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선방하시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부처의 관계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 윤석열 정부 첫 경제수석 등을 지낸 전문성과 경력이 위기관리의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부처 내부의 평가가 박하지는 않다는 뜻으로 들린다.
최 권한대행의 한 때 상관이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직자는) 단호하게 일하고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된 건 정말이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통상 하루 3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4일에도 권한대행으로서 대외비 일정과 함께 대외경제현안간담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특히 정부 회의체 기능을 재조정하는 등 적극적 권한 행사에 나서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장관 회의체를 국가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격상하고, 부처 단위의 인사도 재개해 안정성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502102269054001[3].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즐풍목우`(櫛風沐雨)")
국정현안·경제관계 장관회의에 대해선 "국정 전 분야를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빈틈없이 점검하고 정책을 구체화 해나가는 실질적 논의의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사실 국가 컨트롤타워는 3실장(비서·정책·안보실장)을 주축으로 한 대통령실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이후 대통령실이 식물화된 만큼 최 권한대행 스스로가 주도해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기재부 내 본인을 보좌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대대행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과도 체제를 성공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 먼저 야권의 공세가 현실적인 부담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만 하더라도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의 경우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 중이다. 일단 헌재는 선고를 10일로 연기했다. 청구인의 자격과 재판 진행의 속도 등에 문제를 제기한 최 권한대행의 소신과 원칙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 권한대행이 이른바 쌍특검법,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은 '내란 공범'으로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태"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야권은 서울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 이후 "무법천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라며 칼끝을 목에 겨눈 바 있다.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 놀이'라는 등의 견제구가 날아드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을 리 없을 것이다. 어느 사이 그만큼 덩치가 커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때 장관 후보자 인선에 이목이 쏠렸지만 물 건너간 양상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중심을 잡겠다는 그는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관세전쟁이 터진 지난 2일에는 "관계 부처들이 관련국 동향, 우리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일요일인 이날 1급 이상 간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다. 또 향후 국정협의회 논의사항을 점검하면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통과 필요성을 강조, 야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3일 수출기업 오찬 간담회에서는 미 정부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권한대행의 속내를 알 길은 없다. 다만, 차기 대선 시간표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정경분리' 스탠스로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너는 듯 보이지만 선출직이 아니라는 태생적 벽을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마주치게 될지 모른다. 최 권한대행이 '즐풍목우'라는 난관을 딛고 위기를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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