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무한도전` 실종, MBC의 묘한 선택](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502102269058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무한도전` 실종, MBC의 묘한 선택")
'진짜 사나이', '논스톱', '우리 결혼했어요', '하이킥', '무릎팍도사', '게릴라 콘서트', '세바퀴', '동거동락', '육아일기' 등 많은 인기 프로그램들이 거론되자 당연히 시청자는 '무한도전'의 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언급을 '당연히' 기대한 건 이 프로그램이 지난 30여 년을 통틀어 MBC 예능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특정 방송사를 넘어 한국 예능 전체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상이었다. 2018년 종영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시보기로 인기를 누리고 있고, '무도(무한도전) 짤'들이 밈으로 퍼진다. 그야말로 한국 방송사의 전설적인 예능이다.
2005년에 시작됐을 땐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리한 도전'을 거쳐 '무한도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는 건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진용과 포맷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무한도전'이라는 역사적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한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예전엔 각본에 의한 꽁트로 웃기는 경우가 많았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며 리얼리티를 내세웠다. 그때 이후 예능계는 리얼리티 체제로 완전히 재편됐고, '무한도전' 이후론 리얼이 더 강화된 관찰예능 시대가 됐다.
'무한도전'은 '강북 멋쟁이' 유재석, '하찮은 형' 박명수, '상꼬맹이' 하하, '식신' 정준하, '뚱보' 정형돈, '사짜' 노홍철 등 대한민국 평균 이하 찌질남 캐릭터를 내세웠다. 잘난 사람이 아닌 서민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시청자는 이들이 펼치는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빠져들었다.
지금은 예능이 온전히 리얼의 시대로 넘어왔지만 '무한도전' 시절만 해도 웃음이 아직 남아있었다. 웃음의 시대에서 리얼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무한도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엔 시청자를 빵빵 터뜨리는 웃음 코드가 넘쳐났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무한도전' 멤버들은 한국 최고의 웃음제조기였다.
'무한도전'은 단순히 웃기는 예능을 넘어 존경 받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당시 시청률로만 보면 '무한도전'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내용의 창의성 면에선 이 프로그램이 독보적이었다. 보통 익숙한 구도를 반복하는 데 반해 '무한도전'은 매번 새로운 포맷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 등장한 많은 예능의 기본 아이디어가 '무한도전'에서 다 나왔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설정들을 선보였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예능으로선 매우 보기 드물게 사회를 담았다. 8주년 특집 때 정리해고 소재를 다룬다거나, 식목일 특집 때 자원 독점의 횡포를 표현한 것 등이 그렇다. 추격전 특집을 하면서 철거촌의 그늘을 담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표현의 바탕에 깔린 건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었다. 이렇게 웃음 주고, 눈물 주고, 생각도 하게 하는 예능이어서 존경까지 받으며 마치 아이돌팬과도 같은 시청자 팬군단을 양산했다. 한국갤럽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최다 1위, 특히 27개월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직까지도 인터넷으로 시청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는 건 MBC 입장에선 초유의 효자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종영하고 7년이 됐는데도 매출을 올려주는 예능프로그램이 얼마나 있을까? 가히 MBC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왜 30주년 시상식에서 배제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한도전'으로 만인이 사랑하는 국민MC 자리를 확고히 한 유재석이 현장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올해는 '무한도전' 20주년이 되는 해다. 2018년 종영했는데 아직까지도 팬들이 20주년 기념 '무도 일력'을 선보일 만큼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프로그램의 정신을 이어받아 서민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는, 사회성까지 갖춘 예능이 등장한다면 의미 있을 것이다. MBC에서도 '무한도전' 20주년 특집을 고민해봄직 하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