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AI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자사 사업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지시간 4일,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Barron's)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등한 8억2,75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팔란티어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37억 5,000만 달러로 제시했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업 부문의 매출이 54% 급증한 10억 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팔란티어, 미국 정부 지원 속 성장한 기업
팔란티어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2003년 세운 기업이다. 2002년 피터 틸은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달러(1조7000억원) 가격에 매각했다. 그 돈으로 창업한 회사가 팔란티어다. 틸은 2001년 9·11 테러 후 테러예측 방안을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팔란티어는 초창기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 산하 벤처 투자 기관인 인큐텔(In-Q-Tel)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이 회사는 미국 국방부(DOD),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CIA 등과 협력하며 강력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왔다.
팔란티어의 핵심 사업은 정부 및 군사 정보 분석에 특화된 '고담(Gotham)' 플랫폼과, 상업 부문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AI 플랫폼(AIP)을 통해 고객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단일 모델로 통합하고 AI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기업용 AI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팔과 팔란티어 창업자인 피터 틸. 연합뉴스
◇ AI 시대, 팔란티어의 새로운 기회
데이브 글레이저 팔란티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이 AI 혁명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업 부문에서 전례 없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AIP(AI 플랫폼)가 신규 고객 확보와 기존 고객 확장을 모두 이끌어내고 있다"며, AI 기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기업 및 정부 기관에서 점점 더 필수적인 도구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팔란티어는 AI 산업의 경쟁 심화 속에서도 자사 소프트웨어의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얌 산카르(Shyam Sankar)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딥시크 R1이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AI 모델이 점점 상품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AI 모델이 발전하면서 개방형과 폐쇄형 모델 간 차별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추론 비용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모델이 저비용·고성능화되면서, 핵심 기술보다 이를 최적화해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팔란티어는 AI가 발전할수록 자사의 데이터 분석 및 AI 통합 솔루션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월가, 팔란티어에 대한 평가 엇갈려…목표 주가 상향
팔란티어의 호실적 발표 이후 월가에서는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팔란티어의 승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 내 AI 솔루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목표 주가를 105달러로 설정, 기존보다 58달러 상향했다. 모건스탠리의 산짓 싱 애널리스트도 목표 주가를 95달러로 상향 조정(기존 대비 +35달러)하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하락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RBC 캐피털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팔란티어의 높은 주가 평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부와 상업 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장기적인 성장성과 제품 차별화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유지했다. 다만, 그는 기존 11달러였던 목표 주가를 4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 딥시크 충격에도 흔들림 없어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AI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팔란티어는 이에 대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딥시크가 강력한 AI 모델을 저비용으로 제공하며 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팔란티어는 AI 모델 자체보다 데이터 분석·통합 및 AI 활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AI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솔루션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