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영풍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영풍 지분 과반을 장형진 고문 가족 등 장씨 일가가 보유한 만큼 외부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힘든 구조를 해소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영풍정밀은 5일 "다음 달 열리는 영풍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정기주총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의 건' 서한을 영풍 측에 전달했으며 오는 11일까지 수용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영풍 측의 회신이 없을 경우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 등 주주로서 필요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다. 영풍 총발행주식의 3.59%(6만6175주)를 보유중이다.
영풍정밀은 장씨 일가가 영풍 지분 52.65%를 차지하고 있어 이사 추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 등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영풍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낸 바 있지만 법원의 제한으로 실제 도입은 다음 주총으로 미뤄졌다.
영풍정밀은 이와 함께 영풍의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금전과 주식 외에도 기타의 재산(타사의 주식 등)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함께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영풍의 경영 합리화를 위해 이사회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선임하라고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위원 후보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을 역임한 공인회계사를 추천했다.
영풍정밀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충당부채 과소 산정 여부와 석포제련소 2개월 조업정지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 및 대책, 사모펀드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한 면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영풍정밀은 이번 주주제안 배경과 관련해 "문제가 심각한 (영풍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풍정밀은 영풍이 2021년 별도 기준 73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영업 손실 1080억원, 2023년 영업 손실 1420억원 등 매년 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작년 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