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3월까지 존폐 결정
항공기 통신시스템 등 집중
OLED 등 차세대 시장 추격
삼성·LG "남 일 아니다" 경고
항공기 통신시스템 등 집중
OLED 등 차세대 시장 추격
삼성·LG "남 일 아니다" 경고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가전업체 중 하나인 일본 파나소닉이 70년 넘게 지속했던 TV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 한국에 주도권을 뺏긴 데 이어 안방 시장에서마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버티지 못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프리미엄급을 중심으로 그나마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시장에서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남 일이 아니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5일 보도에 따르면, 구스미 유키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전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TV와 산업용 기기 등 채산성이 좋지 않은 4개 사업을 지목해 수익이 적고 성장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철수·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스미 회장은 이들 사업에 대해 2027년 3월까지 수익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 철수와 매각 등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그룹에서 배제할 각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TV 사업에 대해 "현재 매각에 응하려는 기업은 없다"며 "다양한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전신인 마쓰시타전기 시절인 1952년 TV를 처음 판매했고 1960년에는 컬러 TV를 선보여 일본 내 TV 보급 확대에 기여했다.
2005년까지 세계 TV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전자 기업들은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도권을 내어준 뒤, 최근에는 안방 시장에서조차 중국에 밀려 점차 발을 빼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2018년 TV 생산을 중단했다. 1965년 일본 최초의 컬러TV를 개발한 도시바도 2018년 TV사업부를 중국 하이센스에 매각했다. 여기에 파나소닉까지 발을 빼면서 일본 내 자국 TV 브랜드는 사실상 소니만 남게 됐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평면 TV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하이센스의 자회사 TVS 레그자가 25.4%로 1위를 차지했고, 하이센스(15.7%)와 TCL(9.7%)이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자국 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은 각각 5위(8.8%)와 6위(7.4%)로 밀려났다.
소니 역시 TV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작년 상반기 일본 70인치 이상 OLED TV 시장에서 35.1%를 기록해 소니(25.4%)를 앞섰다.
이는 한국에 이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 동안 중국 제품은 '저렴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물론 인공지능(AI) 경쟁력에서도 한국 등 경쟁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이전에는 중국에 대한 위협이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는 그 인식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로 왔다"며 "중국 내수가 어렵고, 미중분쟁으로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가운데 중국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더 강하게 갖추기 위한 액션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중국의 성장은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이 12.1%, 하이센스는 10.0%로 2020년 상반기 대비 4.7%포인트(p), 4.0%p 각각 상승해 3~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8.8%, LG전자는 16.6%로 1~2위에 올랐지만 4년 전보다는 2.4%p, 0.4%p 각각 하락해 점유율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초대형 TV에 속하는 80인치 이상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33.5%로 1위를 고수했지만, 4년 전보다 점유율이 18.9%p나 떨어졌고, LG전자는 13.5%로 6.6%p 하락하며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반해 TCL은 2.1%에서 16.2%로 2위, 하이센스는 2.2%에서 12.3%로 각각 대폭 뛰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OLED·퀀텀닷 액정표시장치(QD-LCD)·미니 LED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출하량 30%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보다 13%p 하락했다. 반면 TCL은 24%로 10%p, 하이센스는 17%로 6%p 각각 상승해 2~3위에 올라섰고 2분기까지 2위였던 LG전자(10%)는 4위로 내려앉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5서 "소니가 30여년 1등을 지배한 TV사업을 버리고 과감하게 게임·영화·방송쪽으로 전향했다"며 "예전 선대회장께서 '여러분이 하는 사업이 10년 뒤에도 성장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경영진들은 가슴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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