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62·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이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혁신과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올해 새로 선보이는 직상장 공모펀드 상품을 2분기 내 론칭하고, 가상자산을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지속 건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투협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 금융투자인가업자들이 회원사로 있는 협회다. 정책 건의나 공동 홍보 등 금투업계 목소리를 대변한다.서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해 올해 임기 마지막 연차를 맞았다.
서 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불확실성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대내적은 정치 불안정 리스크와 내수 부진, 수출 환경 불확실성이,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고관세 정책과 미중 패권경쟁 격화,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려운 환경 속 업계와 함께 자본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추진할 몇 가지 과제를 꼽았다. 가장 먼저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밸류업이 국가적 아젠다이자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주주환원 촉진을 위한 배당세제 합리화 등 관련 과제를 꾸준히 발굴해 나가겠다"며 "밸류업의 핵심인 안정적인 자금 공급을 위한 장기적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및 비과세 한도 상향, 주니어 ISA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혁신과 인프라 구축도 중점 추진한다. 최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공모펀드 직상장에 발맞춰 올해 2분기 중 상품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공모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이 수 년간 이어지고 있다"며 "간접 투자 방식의 공모펀드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이제는 직접투자 시장으로 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펀드 상장과 관련된 유관기관의 시스템, 규정 마련이 필요하고 운용사와의 협의도 예상보다 길어져 딜레이가 됐지만, 올해 2분기에는 꼭 상장할 계획"이라며 "가입이나 환매 어려움, 고비용 등의 단점을 개선해 ETF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상장 공모펀드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모펀드 최소 상장 기준이 500억원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중소형사가 가진 펀드라도 상품이 좋다면 상장이 가능한 것을 원칙으로 수요조사를 했을 때 500억원이 안되는 펀드도 일부 있었다"며 "다만 한국거래소와 협의했을 때 먼저 1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고, 협상 과정에서 이를 500억원까지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사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와 추가적으로 협의해 애로사항이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3개사로 한정된 상장 공모펀드의 유동성공급자(LP)를 추가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20개 정도의 회사가 30여개의 상장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이미 LP 참여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곳을 포함해 추가적인 사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에 발맞춰 토큰증권 제도화와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을 지속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협회장 취임 초기부터 현물 ETF를 출시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지만, 정부의 유권 해석으로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주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고 이번 트럼프 당선 이후 관심과 수요도 굉장히 늘어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기초로 하는 상품들은 이미 미국과 홍콩 등에서 거래되고 있는 만큼 우리 한국 시장에도 상장시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퇴직연금 중위험·중수익 상품 '디딤펀드'도 활성화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출시한 디딤펀드는 이후 꾸준한 자금 유입과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디딤펀드가 사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상품 라인업을 추가하고, 판매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유입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 상품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처음 나왔을 때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던 만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디딤펀드가 더 빨리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활용과 은행 판매 확대를 꼽았다.
서 회장은 "디딤펀드가 가장 많이 팔리는 증권사 모바일 MTS에 단축 경로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제가 직접 은행 연금파트 책임자를 만나 디딤펀드를 설명하고, 투자자와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해 디딤펀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 상실은 업계 존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불완전 판매로 인한 투자자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금융업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내부통제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며 "명확한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는 금융투자에서의 책무구조도 도입과 안착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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