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카카오 등 협업 전략
네이버·LG, 자체 개발 지지부진
독자 모델 위축… 국가 경쟁력 ↓
협력·한국형 병행 필요 목소리도
네이버·LG, 자체 개발 지지부진
독자 모델 위축… 국가 경쟁력 ↓
협력·한국형 병행 필요 목소리도
![[기획] 너도나도 오픈AI·MS·구글 `바라기`… 韓 `소버린AI` 휘청](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602100331044001[1].jpg "[기획] 너도나도 오픈AI·MS·구글 `바라기`… 韓 `소버린AI` 휘청")
4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까지 국내 대표 기업들을 분 단위로 쪼개서 만난 것은 AI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다급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현상 HS효성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등도 이날 올트먼 CEO와 오찬 회동을 하며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AI 기술을 조합한 맞춤형 AI 전략을 꾀하는 가운데 자체 기술에 바탕을 둔 '소버린AI'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5일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생성형 AI 기술의 빅테크 쏠림에 대응해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위기감에서 나온 행보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 복귀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2021년 자체 기술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고 2년 뒤 이를 한 단계 진화시킨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내놨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강한 토종 AI로 키우겠다는 포부였지만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부터 자금력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AI 혁신속도와 기술 완성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창업자는 이사회에 복귀한 후 AI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4일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앞서 자체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개발해 왔지만 진척이 느리며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투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흡수 합병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삼성, SK 등 주요 그룹은 계열사나 사업부별로 각각 다른 글로벌 AI모델을 가져다 쓰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MS를 비롯해 구글, 오픈AI 등과 사업부별로 손잡고 있다. 오픈AI와는 AI TV 개발, 구글과는 스마트폰, 혼합현실(XR) 글래스에서 손잡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MS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5년간 총 2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KT가 MS AI서비스의 국내 판매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SK그룹은 비교적 AI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주로 AI 인프라와 응용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AI모델은 해외 기술을 쓰고 있다. LG는 '엑사원'이라는 자체 개발 초거대 AI모델이 있지만 현재 내부용으로만 활용하고 있어 존재감이 약하다.
미국 기업들이 딥시크를 견제하면서도 발빠르게 자체 서비스에 녹여넣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외부 기술 도입에도 느리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딥시크를 도입키로 했고, AI 검색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도 딥시크 R1을 적용했다. 국내에서도 딥시크 수혜주로 네이버·카카오가 부각됐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AI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글로벌 협업이 주는 이점은 크다. 다만, 글로벌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안보 및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면 독자 기술 개발과 균형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규모의 경제에 밀려 자체 AI 모델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에만 의존할 경우 국내 AI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글로벌 빅테크들이 API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가격을 인상하거나, 특정 국가·기업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한다면 대체할 방법이 없을 수 있다. 데이터 보안도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AI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전송되는 데이터 역외이동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같은 이유로 내부업무에 챗GPT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고, 국내 상당수 기업과 공공기관은 '딥시크 경계령'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기술 활용하는 동시에 한국형 AI 모델을 적극 개발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모든 기업이 독자적으로 LLM을 개발할 수는 없다. AI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 협업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접근"이라며 "그러나 이와 더불어 LG와 네이버처럼 자체 LLM 개발을 꾸준히 하는 하부 기반기술 인에이블러(지원자)가 필요하다. 또한 딥시크가 열어준 효율화를 활용해 중소기업들이 특화된 SLM(소형 언어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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