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의 영향으로 세계 각국의 소버린 인공지능(AI) 투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소버린AI는 데이터 주권을 바탕으로 고유의 가치와 문화 등을 보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딥시크가 빅테크보다 적은 투자로도 AI 경쟁에 동참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면서 각국 정부가 관련 투자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건 딥시크 쇼크의 주역 중국은 2030년 AI 핵심산업 규모 1500억위안(약 30조원), 연관산업 규모 1조위안(약 200조원) 달성 등 'AI 굴기'를 위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2017년부터 추진 중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생성형AI가 공산주의 핵심가치를 준수해야하고 허위정보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내놓기도 했다.
미중 AI 패권전쟁을 지켜보는 세계 각국 정부도 소버린AI로 자국의 이익과 고유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9월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 지수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싱가포르는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AI 투자 유치와 인재 양성에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정부 주도 하에 동남아시아 지역 맞춤형 AI 모델 'SEA-Lion'을 개발했다. 4위인 영국 또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슈퍼컴퓨터 구축에 9억파운드(1조6000억원)의 투자에 나섰다.
특히 5위 프랑스는 최상위에서 유일하게 순위 변동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주도로 2023년부터 20억유로(약 3조원)를 AI스타트업에 지원하며 소버린AI에 집중, 미스트랄AI 등 유망 AI기업을 키워냈다. 토터스는 프랑스에 대해 "오픈소스 LLM 개발과 공공 지출, 컴퓨팅을 비롯한 기타 주요 분야에선 영국(4위)을 앞섰다"고 평했다.
캐나다는 2024년 연구계, 스타트업, 스케일업 기업을 위해 24억 캐나다달러의 패키지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소프트뱅크가 오픈AI와 손잡고 합작사 'SB 오픈AI 재팬'을 설립하는 한편, 외국 창업 규제 완화와 GPU 공급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사카나AI를 단기간에 유니콘으로 키워냈다.
인도도 소버린 AI 투자에 나섰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중 자체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바이슈나우 장관은 "인도가 만들 파운데이션 AI 모델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 주요 개발업체가 연내에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또한 1만8000개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해 AI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년과 같은 6위를 유지했지만, AI 규제와 여론 등 '운영환경' 평가에서 전년(11위)보다 크게 낮은 35위에 그치면서 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 냉전을 시작한 가운데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과 운명공동체를 선언한 일본 모델로 갈지, 프랑스와 같이 소버린AI에 투자할지 전략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와 소버린 AI 전략을 동시에 펼 수 있는 강점을 가진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4일 "1년 정도 연구개발이 정체되면 3년 정도 뒤쳐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예산 677조원 중 1조원 정도를 AI에 쓰는 게 무리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더 쓸 수 있으면 더 써야 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