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률적 성과급은 통상임금… 개별평가 따른 차등은 제외

입력: 2025-02-06 17:22 이민우 기자

폰트

고용부, 통상임금지도 지침 발표
대법원 판결 내용 반영해 개정
일방 지급조건 변경 '엄정지도'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관련 노사 지도 지침을 11년 만에 개정했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 통상임금의 기존 요건에서 고정성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부는 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정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작년 말 변경된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작년 12월 기존 통상임금 요건으로 판시됐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라는 요지의 판결을 했다.

기업은 고정성을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대표적인 임금 유형인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작년 12월 19일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산정 시 산입해 계산해야 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판결 외에도 재직조건 부가 등의 유효성을 인정한 올해 1월 후속 대법원 판결의 내용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학계·법률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충실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통상임금의 부당한 축소를 막고, 소정 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일 것"이라며 "일선 관서에서는 지침을 잘 활용해 노사가 소모적 갈등이나 분쟁보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용부는 통상임금에 관한 지도 방향, 사업장 동향 점검 및 노사협의 지원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노사지도 지침'도 마련했다. 지침에는 노사 간 성실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지향적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 등을 적극 지도·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노사협의 및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급조건만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통상임금 지급 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노동계는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즉각 착수하라고 주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확대된 통상임금 범위를 적극 반영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라 통상임금 관련 예규 등의 변경과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통해 고용부가 이전에 행한 잘못된 행정해석을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는 과거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해 결국 노동자의 소송으로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됐다"며 "노동부의 반노동적 행정해석으로 노동자가 피땀 흘리며 일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노동자의 주머니가 아니라 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경영계는 7조원 수준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법리를 변경할 경우 연간 약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총을 비롯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은 지난해 법원 판결 당시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을 제외하면 임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예측하지 못한 경영리스크가 가중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고용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종=이민우기자 mw3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