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에도 부과 예고
셀트리온 등 대응책 마련고심
일부 기업 공장 이전까지 검토
셀트리온 등 대응책 마련고심
일부 기업 공장 이전까지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불똥이 튈 것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완제 의약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수입 의약품에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 시나리오 분석에 착수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은 미국이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미국은 '국경 관리 및 마약 유입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 멕시코, 캐나다 세 나라를 향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막판 극적 합의로 멕시코·캐나다 대상 관세 부과가 일단 유예됐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재무부 장관인 스콧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 대상별로 다른 관세 전략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관세의 목적은 핵심 분야에서 미국 제조업의 재건을 돕는 데 있다"면서 재건하고자 하는 산업으로 "의약품과 조선업"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미국발 사업환경 변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기업별로 복수의 대응방안을 준비하거나 관망하는 곳으로 구분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공장 이전까지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투자자들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에 따른 문의가 이어지자 관련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셀트리온 측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분석해 왔다"면서 "어떠한 형태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구축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계획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2025년 3분기까지 추가 수입 없이도 현지에서 조달이 가능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조기 소진이 예상되는 제품은 미국 현지 제조소를 통해 이미 반입된 원료의약품(DS)을 기반으로 완제의약품(DP) 생산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관세 압박이 지속된다면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에서 완제의약품뿐 아니라 원료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기지를 인수하거나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완제의약품보다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현지 제조소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도 미국 관세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내 직판을 구축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노바메이트는 한국에서 캐나다에 원료를 보내 캐나다 위탁개발생산 업체에 위탁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캐나다의 특정 수입품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현재 협의를 통해 유예한 상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의약품을 캐나다에서 벌크 포장을 해서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위탁생산이기 때문에 발생할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위탁업체 변경 등 여러가지 제반 손익을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국내에서 완제품 형태로 생산해 미국 에볼루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수출돼 얀센에서 생산을 하는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 납품을 하지 않아 특별한 리스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관세정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 휴젤, 휴온스 등도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만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보건상품은 수출 시 모두 무관세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수입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약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용, 톡신을 수출하는 대웅제약과 휴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