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전투표 문제 심각…본투표 기간 늘리고 엄정관리" 공약 되살린 소장파
류제화 "선관위 전투적 대처를"…"사전·본투표 주객전도, 시점·정보격차" 지적
김준호 "부정 망령 벗어나야" 김혜란 "2시점 표차 불식" 투표기간 단일화 역설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가 총선 불복, 12·3 비상계엄 옹호 논리로 번지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 일선 복귀 시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해 7·23 전당대회 기간 '사전투표 폐지, 본투표일 확대'를 주장한 바 있어 재조명한 것이다. 사전·본 투표에 각각 임한 유권자들이 시기·정보 격차로 표의 등가성을 침해받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24년 7월5일 방영된 KBS '사사건건'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주자로서 출연한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가 현행 선거제도에서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을 하루에서 수일 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최근 친한계 소장파 'UNDER 73 STUDIO' 유튜브 채널 개설로 이목을 끈 류제화(41) 국민의힘 세종시 세종갑 당협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새로 인사 이동했다며 찾아온 (지역)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과 상견례 겸 얘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상대가 선관위 직원들이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레 국가적 현안이 돼버린 부정선거론으로 흘렀다"며 "이번에 부정선거론을 뿌리뽑았으면 좋겠다. 사전투표부터 없애자"고 밝혔다.
부정선거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선관위 계엄군 투입 사실 등이 밝혀진 이후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이라며 전면에 띄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에부터 반대 진영이 제기한 투·개표 조작 음모론을 이어받은 형태다. 다만 류제화 당협위원장은 "난 최근 선거 부정을 의심하는 분들과 대화하며 그분들의 불안을 무턱대고 무시하고 뭉개는 게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차"라며 사전투표 폐지를 해법으로 들었다.
그는 "선거가 부정이면 정치인들은 구태여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부정한 선거로 당선된 대표들 권한을 국민이 인정할 이유도 없다. 부정선거론이 커지면 '무정부 상태'가 가까워진다"며 "독립성이 보장된 헌법기관의 신뢰는 스스로 세워야 한다. 선관위는 여러 층위에서 벌어진 업무 부실·소홀로 오늘날 혼란을 자초했다"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론에 대한 선관위의 전투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전투표 비중이 '배보다 배꼽이 큰 수준'이 됐다거나, 본투표일과의 시차 등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로 최종 투표율인 67%의 절반에 달한다"며 "본투표를 보완하겠다며 도입된 사전투표가 본투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했다. 또 "총선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2주인데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 사이 무려 4~5일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선거 막판 4~5일 동안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며 "전체 투표수의 절반 정도에 그에 따른 표심 변화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의 반영 문제를 넘어 "헌법상 평등선거의 원칙 중 하나인 1표1가(一票一價·one vote, one value)에 위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부정선거론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엄연히 존재하는 불안에 적극 반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해 전대에서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을 늘리자는 주장을 했다. 논의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4일 당대표 경선후보로서 인천시당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전투표에 대해 본투표와의 시차로 "민의를 반영하는 데 적당하지 않은 제도"라며 "(투표율 제고 방법이) 사전투표가 아닌 본투표 기간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7월5일 KBS '사사건건' 인터뷰에서도 "지금의 사전투표 제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사전투표 기간을 이렇게 두면 선거운동 기간을 굉장히 더 잡아먹는다"고 짚었다. 이어 "본투표까지 예민한 시기 여러 상황을 주권자들이 (표심에) 반영할 수 없게 된다"며 "본투표의 기간을 늘려서 편익(편의)은 유지하면서도 관리의 엄정성은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투표관리관 투표지 직접날인도 강조했다.
6일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 류제화(왼쪽 아래) 세종 세종갑 당협위원장과 김준호(왼쪽 위) 전 대변인, 김혜란(오른쪽) 전 대변인이 각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투표 없애자"는 주장에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동훈 전 당대표의 사전투표제 폐지, 본투표일 확대 제안을 재조명했다.<김준호 국민의힘 전 대변인·김혜란 변호사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한동훈 지도부에 발탁됐던 김준호(36) 전 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류 위원장의 글을 공유하며 "부정선거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지만, 부정선거 주장하는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하루밖에 되지 않는 본투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사전투표 폐지 및 본투표 기간을 늘려 국민 분열과 부정선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자. 투표율도 높이고, 2030세대 마저 의심하기 부정선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공감했다.
함께 당 대변인을 지낸 판사 출신 김혜란(48·여) 강원 춘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며칠 전 친정 아버지로부터 (새벽 중) 다급하고 심각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보니 아무래도 네가 낙선한 게 부정선거 때문인것 같다'며 '요 며칠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하셨다"며 "인터넷에 어두운 제 아버지까지 완전히 빠져들게 된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이 매우 위험하고 심각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저는 아버지께 '부정선거에 많은 의혹 제기가 있어 수차례 검증했어도 아직까지 어떤 증거도 밝혀진 바 없고, 제가 다음엔 무조건 승리할테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라'고 다독여드렸다"고 했다. 다만 "부정선거 의심 논란의 지역구 53곳 공통점은 사전·본투표 간 표차가 매우 크단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전선거에 많이 참여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지만 사전·본투표 간 '시차'는 정말 큰 문제"라고 궤를 같이했다.
김혜란 대변인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두 시점에 유권자들이 가진 정보와 민심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 시차를 이용해 '사전투표일 직전에 결정적인 네거티브'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 후 며칠간 해명을 거쳐 진정돼도 이미 잃은 표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일주일 동안 다른 내용의 정보와 뉴스를 접한 한표가 일주일 전 이미 투표한 표와 같이 평가받는 건 선거의 공정과 선거권의 평등을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 전 대표는 작년 총선을 지휘하며 전 지역구에서 일어나는 사전투표와 본투표 사이의 민심의 변화와 이로 인한 문제점을 누구보다 시시각각 체감했기에 지난 전대에서 그 해결을 위해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고 저는 이에 100% 공감했다"며 "사전투표제도를 폐지하고 나면, 앞으론 사전·본투표 결과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의혹들이 일거에 불식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불신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목도하고 있다. 2013년 도입된 사전투표는 '유권자의 편의성'이 그 이유였지만 이런 참담한 결과를 감수하며 제도를 유지해야할 만큼 결정적이지 않다"며 "'연속한 본 투표일을 늘리는 방안'으로도 얼마든지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도개선 논의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