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세가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골드러시'를 벌이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3년 연속으로 총 1000톤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186톤으로 4년 만에 최고였고, 특히 4분기에만 333톤에 달했다. 특히 헝가리와 폴란드, 카타르 등까지 금보유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금값이 고평가됐고 유동화가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은 금 보유량 11년 째 '104,4톤'
6일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말 기준 104.4톤의 금을 보유해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8위를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3위)과 유럽중앙은행(ECB·13위)을 포함하면 40위까지 밀린다.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상위 40위권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금 매입에 보수적이다. 한은은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의 금을 추가로 사들인 뒤 총량을 104.4t으로 묶어두고 있다.
금 보유량 순위도 2013년 말 세계 32위에서 2018년 말 33위, 2021년 말 34위, 2022년 말 36위로 점차 하락했고, 지난해 38위까지 미끄러졌다. 2023년 말 38위였던 카타르(99.2→110.8톤)와 39위였던 헝가리(94.5→110.0톤)가 각각 10톤 넘는 금을 매입한 결과다.
지난해 말 금 보유량은 미국이 8133.5톤으로 가장 많다. 독일(3351.5톤), 이탈리아(2451.8톤), 프랑스(2347.0톤), 러시아(2335.9톤)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79.6톤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폴란드는 89.5톤, 튀르키예는 74.8톤, 인도는 72.6톤 등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매입했다.
◇금 매입에 보수적, 한은은 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10억달러를 넘는다. 세게 9위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중 금보유량은 2% 수준이다.
한은이 금 매입에 보수적인 이유는 일단 금값이 고평가됐다는 이유가 크다.
한은은 지난해 4월 블로그에서 "금 가격 고평가 견해가 우세하다"며 "향후 투기적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청산되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제 금 가격은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왔고, 전날 장중 온스당 2845.1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이 매입을 멈춘 2013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한은은 금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장기수익률을 고려하면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이 있는 투자 수단은 아니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한은은 실제 가격 변동성(리스크) 위험을 감안한 위험조정수익률을 보면 금은 미국채뿐만 아니라 미주식에 비해서도 상당폭 낮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금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도 한은이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다.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화하는 데에는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이유다. 금 매입에 적극적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글로벌 불확실성·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기 보다는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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