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0.07% 대비 10분의 1 규모
국내 상장한 ETF 중 최저 수준
일각 "제살 깎아먹기 경쟁 격화"
국내 상장한 ETF 중 최저 수준
일각 "제살 깎아먹기 경쟁 격화"
국내 자산운용사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의 총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며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에 도전장을 던졌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제 살 깎기'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과당 경쟁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인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 보수를 연 0.0068%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기존 보수 0.07% 대비 10분의 1 수준이며 국내 상장 ETF 중 최저 보수다.
국내 ETF 시장을 두고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업계 최저 보수율'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62조6431억원이었으나 약 한 달 만인 지난 5일엔 65조1729억원으로 2조5298억원 늘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의 차이는 지난해 말 기준 3조6077억원으로 좁혀졌다가 다시 4조6383억원대로 멀어졌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보유한 ETF 중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두 상품의 총 보수를 인하하며, 삼성자산운용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TIGER 미국S&P500 ETF'는 국내 전체 ETF 중 개인 누적 순매수 규모 1위이며 순자산(AUM)은 약 7조8000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 라인업 중에서도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TIGER 나스닥100 ETF' 또한 AUM이 4조원대로 국내 ETF 순위 중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상품의 총 보수 인하는 2020년 11월 연 0.3%에서 0.07%로 내려간 이후 약 4년 만이다.
특히 최근 정부는 해외주식 토탈리턴(TR)형 ETF에 대해 과세 형평 문제를 들어 운용 금지령을 내리면서 삼성자산운용에 위기가 닥쳤다. 삼성자산운용의 강점으로 꼽혔던 TR형의 판매 금지로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자산운용사간의 보수 인하 경쟁이 또 다시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KODEX 미국 대표 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0.05%에서 0.0099%로 인하한 바 있다. 이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와는 0.0031%포인트(p) 차이난다. 이미 삼성자산운용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수 인하로 인해 내부적으로 보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가 낮아질 대로 낮아져 ETF에선 수익이 거의 안 나는 구조가 돼 버렸다"며 "점유율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운용사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수를 인하하곤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의 과당 경쟁에 금융당국은 우려섞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예의주시하겠다고 알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총보수 인하 결정에 대해 "과당 경쟁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질적인 측면을 간과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과당 경쟁 우려가 보이는 회사에 어떤 경위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투자자 우려에 대해 면담하는 세션을 가진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가격 경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지만,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아야 시장 참여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선 업권과 소통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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