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리비에라로 탈바꿈할 것"
당선 전 '부동산 맛' 본 트럼프
현지개발 통한 수익 창출 목적
NYT "세계가 美 뺏는다고 여겨"
당선 전 '부동산 맛' 본 트럼프
현지개발 통한 수익 창출 목적
NYT "세계가 美 뺏는다고 여겨"
황량한 빈 땅을 보고 수년 뒤 지어질 '꿈의 도시'를 그린다는 부동산 디벨로퍼.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 라인을 바꾼 디벨로퍼였다. 디벨로퍼는 부동산개발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는 사업 주체를 말한다.
디벨로퍼로 활동하며 체화한 과감한 레버리지 투자와 고도로 발달한 협상 능력, 이를 통해 축적한 부와 명성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두번이나 당선된 트럼프는 정식 취임한 직후부터 수십건의 파격적인 행정명령을 내놓으며 전세계의 정치·외교·산업·금융 전반을 흔들고 있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치 지역인 가자지구의 주민을 이집트와 요르단과 같은 인근 중동 국가로 이주시키고 영토를 장악해 수익 사업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개발 발언이 호기로운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구체적인 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해 모교 하버드대를 찾아 "가자지구의 해안가 부동산은 매우 큰 가치가 있다"며 "(이스라엘이) 사람들을 내쫓은 다음 청소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외교 정책 선임 고문이었던 쿠슈너는 2기에선 직책을 맡지 않고 2021년 설립한 투자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운영 중이다. 이 펀드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취임 직후였던 지난달 20일 트럼프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 해안 개발에도 관심을 드려냈다.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해안가에 콘도를 지으라고 권한 적 있다"면서 "난 김 위원장이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해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현안에 대해 디벨로퍼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과거의 다른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국제법에 관심을 두지도 않고 외국의 독재 지도자들에게 인권에 대해 언급하지도 않았으며, 대신 수십년 동안 세계를 미국을 빼앗는 국가들의 집합체로 여겨왔다고 NYT는 비평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며 "그는 '윈윈(win-win)' 외교를 믿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그에게 있어 비즈니스든 외교든 모든 거래에는 분명한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이다.
50여년을 부동산 디벨로퍼로 살아온 그이기에 트럼프를 이해하는 데는 디벨로퍼라는 정체성과 해당 직업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가자지구 정복 발언으로 "시대착오적 신제국주의"라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토지 매입과 개발을 통해 수익을 내는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직업 특성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밝히기도 했고, 파나마 운하를 되찾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 주(州)로 편입시키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트럼프는 디벨로퍼였던 아버지와 함께 대학시절 임대주택 사업을 벌이며 부동산의 '맛'을 봤다. 34세이던 1980년 파산한 철도회사의 호텔을 저렴하게 구입해 허물고 하얏트그랜드 호텔을 지어 수완을 인정받았고, 3년 뒤 연면적 7만299㎡ 규모의 68층 트럼프 타워를 건설해 명실상부 뉴욕 디벨로퍼의 성공 신화가 됐다. 트럼프 타워는 도심 내 리테일과 주거 등이 함께 있는 복합 고밀 개발의 시초격으로 꼽히며 지금도 뉴욕의 명소 중 하나다.
원래 트럼프 타워 부지는 에쿼터블 보험사 소유의 땅에 본위트백화점이 건물 임차권을 얻어 운영 중이었는데, 트럼프가 본위트로부터 임차권을 사들인 뒤 부지는 매입하지 않고 트럼프 타워 개발사업을 에쿼터블 보험회사와 50:50으로 진행했다. 분양 4개월 만에 주거시설의 95%가 선분양되면서 건설 공사비 조달하고 최종 3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트럼프는 이후 애틀랜틱시티로 진출해 호텔, 카지노 사업을 통해 41세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재산을 일궜다.
1980년대 말 부동산 시장침체로100억달러에 이르는 채무를 이기지 못해 파산신청을 했지만, 1990년대 재기에 성공했다.
국내 개발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디벨로퍼는 '교도소 담벼락을 타면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인허가나 관련 법, 금융, 설계 등 편법이나 탈법의 유혹이 많은 일이기도 하고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수년 동안의 장기 프로젝트를 완결시켜야 하기 때문에 독선적인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기업가라기보다 실무 역량이 중요한 전문직이라 얼마든지 현실적 협상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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