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 주던 상여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00억원 가량이 초과근무수당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로 나가게 됐습니다. 벌써부터 회사에서는 비용을 줄이라고 난리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 팀장은 변경된 통상임금 지침을 반영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말 변경된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례에 따른 통상임금 관련 노사 지도 지침을 6일 내놓으면서 제조업체들이 벌써부터 비상이다. 중소 제조 협력업체들은 가중된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회사의 존속이 위태로울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초과근무수당이다.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고정성이 없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명절 상여나 하계 휴가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제조현장에서 근무하는 기능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시간 당 지급하는 초과근무수당이 15~20%가량 상승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기업 규모는 물론 직군에 따른 임금 격차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무직을 중심으로 초과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직과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경제단체들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내놓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시 경제적 비용과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를 변경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연간 약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9만20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인건비에 해당한다.
경총은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내수부진과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