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6일 제3차 청문회를 열었다. 여야의 질의는 청문회에 처음 참석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집중됐다. 특히 최 대행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쪽지 문건'을 두고 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해당 쪽지는 계엄 상황에서 국회와 관련된 자금을 차단하고 비상입법기구와 관련된 예산을 편성할 것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의원들은 최 대행이 해당 쪽지를 받기는 했지만 "경황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해 내용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대행은) 대정부 질문 때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자료를 건넸고, (그것을) 보지 않았다고 했는데,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병주 의원도 "45년만에 한 비상계엄인데 대통령이 준 지시 문건을 부총리가 주머니에 넣었다니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며 "만약 보지 않았다면 솔직히 직무유기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질의 중 최 대행의 옆에 앉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그에게 쪽지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야당은 "대통령이 건넨 쪽지는 안 보면서 비서실장이 주는 쪽지는 확인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비상계엄 발동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행정권과 사법권에 대해 입법권이 특별히 남용되고, 남발되고, 과도하게 행사되며 헌법 헌정질서가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부터 줄곧 주장해왔던 바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이 남발되고 국정에 커다란 차질이 야기되는 상황은 국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비상계엄 선포에 찬성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엄에는 찬성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 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와 그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재판과 관련해서도 여야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당은 국회에서 여야가 헌법재판관 추천에서 합의를 이뤘다는 야당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최 대행의 판단에 힘을 싣는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과 관련해서도 헌재가 판단을 앞두고 있는 만큼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곽규택 의원은 "(최 대행이)부총리인 것은 맞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인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본다. 한 총리를 탄핵한 것이 맞느냐는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헌재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최 대행이 선택적으로 헌법재판관 중 일부만 임명한 행위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 대행은 "여야의 합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지금이라도 합의한다면 (마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나오면 따를 것이냐는 야당의 질문에도 그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기 ？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최 대행은 헌재의 선고가 나온다면 법무부와 법제처에 논의를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