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협의체 신속 가동, 국정 조기 안정시켜야… 긴급 추경 시급
'갈등의 대한민국'을 '공존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게 정치인 책무
민주당 지지율 추락 국민적 질책 성격… 국정 운영 시각 너무 좁아
李대표는 당 제1 자산… 다양성·포용성 부족, 통합적 리더십 절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 할 역할 있다면 최선 다할 것"
'갈등의 대한민국'을 '공존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게 정치인 책무
민주당 지지율 추락 국민적 질책 성격… 국정 운영 시각 너무 좁아
李대표는 당 제1 자산… 다양성·포용성 부족, 통합적 리더십 절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 할 역할 있다면 최선 다할 것"
![[고견을 듣는다] "`비토 정치`를 `비전 정치`로 바꿔 대한민국 다시 일으켜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702100569058001[1].jpg "[고견을 듣는다] \"`비토 정치`를 `비전 정치`로 바꿔 대한민국 다시 일으켜야\"")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부겸 前 국무총리
"반대만 있는 현재의 '비토 정치'를 '비전 정치'로 바꿔야 '리셋 코리아'가 가능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이 있습니다."
6일 서울 서대문구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김부겸(67) 전 국무총리의 일성은 정치 개혁에 관한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민생이 더 피폐해지고, 국민적 갈등은 커지고 있다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갈등의 대한민국'을 '공존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게 정치인의 책무"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로, 할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출마할 뜻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민생 안정을 위해선 긴급 추경이 시급하다"며 "국정의 조기 안정을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신속히 가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선 "기대에 못미친 데 대한 국민적 질책 성격"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정 안정과 민생 경제 회복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의 제일 자산"이라면서도 "당내 다른 목소리가 안나오는 게 큰 문제로,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다양성과 민주성, 포용성을 갖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당내 대선 주자들 간 건강한 경쟁이 수권정당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이어 "윤 대통령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민주공화국에 대한 이해 부족때문"이라며 "외환위기 당시 추락했던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김대중 대통령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김 전 총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제적과 복학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으며 1995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에 몸담았다. 경기 군포와 대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시절 K 방역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본격화되면서 국정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국정을 조기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야가 정쟁을 지양하고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속도감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빨리 긴급 추경을 편성해 민생 경제가 더 추락하기 전에 받쳐주는 게 필요합니다. 윤 대통령이 헌정을 유린한 것 즉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되죠. 여러 사법적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면서 지난번 국회의장이 중심이 되셔서 만든 여야정협의체를 가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간 기업 대표까지도 포함시켜 한미 통상 문제라든가 수출 특히 AI(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적 지원 같은 것을 논의하는 테이블을 빨리 회복시켜 국민들을 안심시켜 드려야 합니다."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빨라지면서 조기 대선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선이 실시되면 출마하실 의향이신지요.
"많은 분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국민 여론이 길거리에서 양분되고 있습니다. 탄핵 일정 자체도 불투명하다고 걱정하는 분이 많아졌습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국정 공백의 시간을 최소화하는 겁니다. 헌정질서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민생 또한 안정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내전 상태라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지 않습니까? 이를 중지시키고 '갈등의 대한민국'을 '공존의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것이 이 시대 정치인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데 제가 할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하에서 치솟았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최근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친 데 대한 국민적 질책 아니냐고 봅니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원내 제 1당인 민주당이 국정 안정 또 민생 경제 회복 노력을 먼저 보였더라면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지지 않았겠나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경제적 고통을 묵묵히 참고 계시거든요. 추경만 해도 절박합니다. 여당이 반대하더라도 욕심내지 말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민생 경제가 더 추락하기 전 받쳐주는 마중물 노릇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했습니다. 또 지금 AI 딥시크 등 중국의 무서운 '기술 굴기'에 대해 모두들 놀라는 상황입니다. AI 시대에 AI가 모든 산업의 중심 축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국회가 관련 지원 입법이라든가 혹은 산업정책을 바꾸는 데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다음은 한국 차례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대미 무역흑자가 많다고 하는데 상당 부분은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 위해 설비를 들여간 게 차지합니다. 이를 트럼프 정부로부터 한국이 지나친 무역 흑자를 낸다고 공격받는데 이런 부분들을 미 무역대표부나 상무부에 누군가는 또박또박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정부에게만 맡길 수 없잖아요. 이런 부분들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의 '정통 야당'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거치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중정당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민생 우선 정당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게 정체성이었죠. 다양성·민주성·포용성을 가지고 당의 활력과 국민신뢰를 확보해왔던 정당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모습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합니다. 국민들이 국정을 안심하고 맡기기에는 국정 운영에 대한 자세와 시각이 너무 좁은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도 야당이니 기본적으로 견제 역할도 해야죠.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말고 원내 제1당으로서의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감 또 나름대로의 자신감, 미래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한다는 비전 이런 것들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민주당내 비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여러 주자들이 나름대로 비전이 있습니다. 국민들 앞에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밝힐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마련돼야 되겠죠. 그래야 당의 활력도 생길 것이고 또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대해 믿음직함이랄까 그런 걸 느끼지 않겠습니까? 민주당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던 다양성·포용성 또 개방성을 갖춘 역동적인 정당의 모습을 빨리 보여줘야 합니다. 건강한 경쟁이 당의 힘을 키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민주당이 국민 경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정당, 실천하는 정당, 또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십니까?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통해 탈탈 터는 어려움 속에서도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 또 부동의 대선 주자 1위로서의 위치 등을 보면 높이 평가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큰 자산이라는 건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안팎에서 당내 목소리가 너무 단순하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의견도 조율되고, 민주당에 우호적이지만 당의 틀내에 들어오지 않는 세력하고 연대도 가능할 게 아닙니까? 탄핵을 추동해가는 힘이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건설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될 텐데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당 운영이라든가 미래 대한민국의 그림을 그리는 데 닫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야당은 투쟁력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국가가 혼란스러울 때는 원내 제1당으로서, 그 대표로서 국정 운영 능력 또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도 설득해 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견을 듣는다] "`비토 정치`를 `비전 정치`로 바꿔 대한민국 다시 일으켜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702100569058001[2].jpg "[고견을 듣는다] \"`비토 정치`를 `비전 정치`로 바꿔 대한민국 다시 일으켜야\"")
-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무능, 독선이 문제라는 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임기 중) 한 번도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온 적이 없었습니다. 그게 응축되다가 결국 국민들이 어렵게 합의한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단계까지 온 겁니다. 그렇게 불법 비상계엄까지 왔는데, 정말 분노스럽지만 탄핵 이후 사법 처리 과정에서 본인이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처신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할 정도로 초라하고 부끄러웠어요. 경제, 민생, 외교 어느 하나 점수를 줄 만한 분야가 없지만 특히 최종 책임자로서의 판단과 모습은 너무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이 된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민주공화국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나라예요. 거기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조정하고 타협시키는 게 정치 지도자의 역할인데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해야 될 역할에 대한 생각들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야당을 설득하고 또 대화하고 타협할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쓸어버려야 될 제거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권력 행사를 검찰 수사하듯 독선적으로 하거나, 국회에 가서 자기 생각을 밝히면 국민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런 기회를 포기한 것들을 보면 민주공화국에 대한 본질을 이해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검찰 생활에서 익힌 인식의 틀에서 크게 못 벗어났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 윤 대통령의 실패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리더십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국민들이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에게 바라는 것은 갈등을 조정해 달라는 걸 거예요. 저는 지금 IMF 외환위기 당시 추락했던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김대중(DJ) 대통령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시 김 대통령은 취임식때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으셨어요. 금년 안에 물가는 오를 것이고 어려울 것이라면서, 잘못은 정치인들이 해놓고 그 고통을 국민 여러분들이 지게 한다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죠. 정치 지도자로서의 그런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죠. 국민 앞에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호소했던 바로 그 DJ의 리더십 덕분에 국민들이 너도 나도 금반지를 빼고 해서 3년 만에 IMF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화와 IT 쪽으로 대한민국 미래의 침로를 까시면서 그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절대로 낙관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있는 그대로 모두다가 조금씩 반성을 하고 양보를 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살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그런 절박감을 호소해야 되고, 갈등을 넘어서 공존이 가능한 공화국을 만들 수 있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요새 많이 합니다. 그냥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성 약자, 소수자들에게도 좋은 민주주의여야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는 분노에 가까운 절규, 침묵의 절규를 읽고 내전 가까운 갈등을 중재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 1988년 정계에 입문하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당시 재야운동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에서 노태우씨가 당선되면서 좌절을 맛봤죠. 그래서 새로운 운동을 해보자며 고(故) 제정구 의원을 비롯해 유인태, 원혜영, 이철 이런 선배님들과 함께 신당 운동을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후 제도권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민주당에서 김대중, 이기택 두 분 공동대표 밑에서 노무현 대변인 아래 부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했죠. 그때 지금 박지원 의원도 같이 부대변인을 했으니 햇수로 35년입니다. 제도 정치권에 들어와 처음 뵌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저를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열린우리당 창당때 노 대통령이 내건 지역주의 타파 등 노무현의 정치철학에도 몰입했었죠. 제정구 의원은 대결의 정치로는 21세기가 열리지 않는다, 대결하고 갈등만 하는 정치를 끝내라는 일종의 유언 비슷한 걸 저한테 남기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을 잡고 난 뒤에 온갖 오해도 받고 비난도 받았지만 일체 정치적 보복은 안하셨으며, 국민통합을 부르짖으셨습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국민들의 설득력이 있었던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치야말로 진정한 통합의 민주공화국, 공존의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정치 철학과 진로는 이 세분으로부터 갖춰졌습니다."
- 정치 입문 후 보람있게 생각하는 일을 소개해 주십시오.
"정치인들이 자기 자랑하는 게 쑥스럽습니다마는 개인적으로는 노무현의 꿈을 저도 한번 실천해보자고 경기도 군포의 3선 지역구를 떠나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구에 내려가 두번 떨어지고 세번째 당선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를 했는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였습니다. 그때 정부, 의료계, 자영업 등 모두가 한 팀이 돼 코로나를 극복해냈습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방역의 사례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까? 국민들의 헌신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만 'K방역'이라고 세계가 평가해준 것이 공직자로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균형감각과 행정능력을 갖춘 뚝심의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포부는 무엇인지요.
"처음 운동권에서 정치를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치라는 거는 현실과의 타협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운동은 원칙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죠. 정치를 권했던 선배들은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조정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얘기하셨습니다. 30여년동안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만 지금 정치라는 게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나 국회 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점에서 늘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이렇게 밖에 못 되는데 저도 책임이 있을 겁니다. 이 갈등의 공화국을 공존의 공화국으로 만들고 후손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나라, 정말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출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근 내수 불황으로 민생이 극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총리님이 생각하시는 민생 안정 방안은 무엇입니까?
"지금 민간 부문은 소비 여력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정부가 나서 마중물을 부어줘야 됩니다.자영업자가 700만~800만명 안팎인데 현재 막바지까지 몰려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 때 자영업자분들을 만났는데 폭발 직전입니다. 코로나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빨리 정치권이 긴급 추경을 편성해 국민들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받쳐줘야 됩니다. 그래야 내 삶이 어려울 때 나를 보호해 주는 국가라는 믿음이 생기고 세금도 낼 것입니다. 정부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여야 정치권 정부가 함께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AI 시대에 대비한 국가의 투자, 반도체법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정쟁에 관계없이 진행돼야 합니다."
- 정치 개혁에 대해 여러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혁 방향은 어떤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워낙 시간이 급하지만 큰 방향을 합의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대선 전 개헌을 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 폐해를 확실히 걷어내고, 정치적 대표성이 현저히 왜곡되는 선거구제에 대한 개혁이 우선 합의돼야 합니다. 이런 것부터 이야기하고 그다음 개헌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현행 헌법이 단순 계산해 87체제 이후 37년전 개헌됐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유신헌법 이전 제3공화국 헌법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국민소득 몇 백불 시절 헌법과 3만5000불 시대 헌법은 맞지가 않습니다. 개헌에는 사회 경제적인 공존을 위한 그런 틀이 들어와야 하고, 노동권 복지권 등 다양한 사회권도 국가의 책임으로 분명히 못을 박을 필요가 있겠죠."
- 그러면 권력 구조는 어떻게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두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대통령이 갖고 있는 권한을 분산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의회의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충돌할 때의 조정장치입니다. 1, 2당만이 아니라 제3, 제4의 목소리가 들어와서 의회 내에서 수렴되고 토론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됩니다."
-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 혐오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지금 정치는 '비토크라시'(Vetocracy)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만 존재하죠. 반대자의 목소리에 의해 흘러가는 이 '비토 정치'를 탈피해 대한민국을, 이 공동체를 이렇게 가져가겠다는 '비전 정치'로 나아가야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산업화, 민주화 70년을 지나 이제는 대한민국이 또다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리셋 코리아'가 돼야 합니다. 정치적 양극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야 국민들이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과 책임으로 리셋 코리아가 가능합니다. 여야 정당들도 권력을 빨리 잡는 것만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큰 합의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hckang@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