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산토리니섬이 텅 비었다", 지진 공포에 주민 대탈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702102269061002[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산토리니섬이 텅 비었다\", 지진 공포에 주민 대탈출")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약 2주째 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강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관측에 불안해진 주민들이 대거 섬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미 주민의 3분의 2가 섬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스 공영방송 ERT는 5일(현지시간) 산토리니섬의 주민 1만6000명 가운데 1만1000명 이상이 본토로 대피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 중 7000명은 페리를 타고, 4000명은 여객기를 이용해 섬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짐을 들고 산토리니의 항구에서 아테네로 가는 페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배와 비행기로 섬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심각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산토리니 주민인 줄리안 시나나이(35)는 로이터 통신에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섬에서 벌어지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18세 주민 도리는 "모든 것이 멈췄다.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섬 전체가 텅 비었다"고 전했습니다
산토리니섬 일대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13일째 수백 차례가 넘는 지진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날에는 규모 5.0의 지진이 났습니다. 전날 밤에는 1∼15분 간격으로 지진이 계속됐고, 이날도 지진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산토리니섬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어 지진이 잦은 지역이지만, 이번처럼 지속적인 지진 활동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가장 최근의 강진은 1956년 발생한 규모 7.5의 지진으로, 당시 53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지금까지 부상자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례가 없는 이러한 연쇄 지진이 대규모 강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절벽 위에 마을이 형성돼 있어서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겁에 질린 주민들의 대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페리 운영업체와 항공사들은 배편과 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했습니다. 남아있는 주민들은 건물 붕괴를 우려해 야외에서 밤을 지새우는 형편입니다.
산토리니섬 내 모든 학교는 금요일인 7일까지 휴교에 들어갔고, 식당과 상점도 문을 닫았습니다. 매년 34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산토리니섬의 거리와 골목이 으스스할 정도로 텅 비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경찰은 약탈과 도난 범죄를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민보호부는 산토리니섬을 비롯해 인근의 이오스섬, 아모르고스섬, 아나피섬 등 지진으로 영향을 받은 지역에 긴급 구조 서비스를 늘렸습니다.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은 탐지견과 함께 현장에 배치됐고, 전력회사 직원들은 지진 이후 정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대형 발전기를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수도 아테네에서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그는 모든 시나리오를 가상한 국가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침착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지진학자들은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다양한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규모 6 정도의 강진이 한번 발생하면 그동안 지층에 쌓여 있던 힘이 방출되면서 이후에는 지진이 점차 잦아들고 상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쓰나미로 인해 심각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또한 지진은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산토리니섬의 화산을 자극해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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