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에 당장 불똥이 튀게 된 것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이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 중인 패션 기업들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대(對) 멕시코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으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지난 4일 오전 0시 10% 추가 관세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중국 생산기지를 통해 미국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관세 전쟁의 선순위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있는 생산기지를 통해 나이키 운동화 제품을 생산해 미주,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 판매하는 TKG태광 등이 거론된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베트남으로 생산물량의 일부를 분산한 기업들도 불안하다. 중국뿐 아니라 관세 대상국이 베트남까지 확대될 경우 타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수출이 85%에 달하고 생산량이 베트남에 집중돼 있는 한세실업의 경우, 관세 대상국 확대 향방에 따른 공급망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공급망 분산을 시작한 곳도 있다. 산하 법인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 중인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당사는 최근 대두되는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고려해 중기 전략의 일환으로 공급망 집중도를 분산하고 있었다"면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소싱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인 이슈를 고려하면서도, 자사 제품의 품질을 지키고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벤더와 공장 협력사를 선정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류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제3국으로 분산하는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세정 측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중국의 한한령, 코로나19 등 사태를 겪으며 중국 공장을 베트남 등 제3국으로 분산하는 조치를 해 이번 미국의 중국 관세 조치에 따른 극심한 어려움은 예상되지 않는다"며 "다만 계속되는 대외 불확실성과 높아지는 무역장벽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등 대응방안은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뷰티업계는 여러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8번째 무역적자국이자 화장품 수입액 2위(2024년 기준) 국가다. 기업들은 감내 가능한 관세 리스크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특히 미국 온라인 매출(아마존 등) 비중이 큰 인디 브랜드들은 가성비 전략을 수정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 중저가 가성비 제품 중심으로 매출을 키워오던 이들 브랜드는 관세 부과 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미국 아마존 뷰티에서 상위권을 차지 중인 K-뷰티 기업인 아누아 측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주요 파트너들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협력 중이며, 가격 자체보다 기능과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현지 생산공장 없이 미국 사업을 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 역시, 관세발(發) 가격 경쟁력 하락과 이로 인한 미국 판매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대체시장 탐색과 현지 비용절감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미주지역 매출이 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측은 "고환율, 달러 강세로 미국 B2C 시장에서 받는 유리한 영향이 있는데, 이것으로 관세 상승분이 헷징(위험 회피)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헷징이 안 되면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으로 대응을 할 수 있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세율이 확정이 안 된 상태고,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미국 매출 비중이 전체의 9%에 이르는 LG생활건강은 현지 물량조절을 고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관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선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뷰티뿐 아니라 모든 산업들이 물량조절을 하며 추이를 지켜보다 추후 대체시장으로 눈돌리는 수순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