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비은행 실적이 지난해 리딩금융을 가르는데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며 KB국민은행을 따돌렸지만, 비은행에서 15%가량 순익 차이가 벌어지면서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5조원대의 순익으로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했다.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함께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KB금융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40%로 4대 금융 중 가장 높았다.
KB금융 비은행 기여도는 보험, 카드, 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두 자릿수 성장률에 힘입어 1년 새 7%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9.8%p 급감한 25.2%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3조6954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국민은행(3조2518억원)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음에도, 쪼그라든 비은행 기여도 탓에 전체 순익에서 6000억원 가까이 뒤처졌다.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의 최대 실적 견인에도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등이 역성장하면서 비은행 기여도가 곤두박질쳤다.
신한카드의 순익은 5721억원으로 전년보다 7.8% 감소했다. 신용판매 및 할부, 오토리스 등 영업수익이 증가했지만, 4분기 시행한 희망퇴직 등 일회적 비용을 인식한 영향이 컸다. 신한카드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업계 순위도 바뀌었다. 삼성카드가 세전이익 기준으로 신한카드를 제친 데 이어, 10년 만에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신한캐피탈도 지난해 4분기 부동산 자산 축소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로 357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연간 순익이 1년 전보다 61.5% 급감했다.
반면 KB금융의 핵심 계열사는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실적이 소폭 감소했지만, 비은행 실적 증가 폭이 크면서 만회할 수 있었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집중한 결과 각각 8395억원, 269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KB증권과 KB국민카드 역시 각 5857억원, 4027억원의 순익으로 지주 성장의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올해도 성장 전략으로 비은행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을 앞세우고 있다. 두 금융의 지난해 연간 순익은 3조원대였지만, 여전히 비은행 기여도는 크지 않았다. 전체 순익 중 하나은행의 기여도는 90%에 달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2%로 의존도가 높았다.
하나금융은 무리한 인수합병(M&A)보다는 성장성을 보이는 카드, 증권 등 계열사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21년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가 약 33%였던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 제고 방안에 집중해 자기자본이익율(ROE)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외 그룹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새 판 짜기를 지속할 방침이다. 수익 다변화를 꾀하며 우리투자증권에 이어 동양생명·ABL생명 등 생명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