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 1·2심 무죄 이재용 상고… 반성 커녕 끝까지 `족쇄` 채우려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002102369058001[1].jpg "[사설] 檢, 1·2심 무죄 이재용 상고… 반성 커녕 끝까지 `족쇄` 채우려나")
검찰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끝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10년 간이나 법정소송을 통해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검찰이 기소권을 무기로 끝까지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 폭력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이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지난 3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도 이 회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상고를 결정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법리 판단 등에 관해 법원과 검찰 간 견해 차가 있고, 1심과 2심도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이 달랐던 만큼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일 오전 서울고검에서 열린 형사상고심의위원회의 '상고 제기' 심의 의견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형사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검찰이 항소할 수 없다. 헌법이 같은 사건으로 피고인이 재판받으면 안된다는 '이중위험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소는 혹시 모를 피고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제도이지 패소한 검찰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취지다. 1심은 물론 2심까지 패소하고도 상고를 하는 건 기소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상당하다. 검찰의 상고와 달리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직접 담당했던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항소심 무죄 선고에 대해 "공소 제기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수사 검사 가운데 처음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 원장은 검찰 재직 당시 삼성바이오 기소를 주도했다. 2018년말 수사 착수 때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 라인에 있었으며,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으로 수사에 투입됐다. 당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 원장이 기소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과 경제계는 검찰의 이번 상고에 대해 드러내놓고 비판하진 못하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완전 해소되지 못해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광폭 행보'로 인한 미중 간 경쟁 가열과 AI(인공지능) 분야 격돌,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격변 와중이다.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반도체에 대한 대응에 시기를 놓친 것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권력에 한없이 약하고 기업엔 군림하는 검찰의 민낯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3선 의원 출신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삼성그룹편, 친(親)삼성 발언을 한다"며 "검찰 상고는 국가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는 폭거이자 살얼음판인 우리 경제에 얼음이 깨지라고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에선 이번 상고 결정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되돌아보지 않고 잘못한 게 없다며 상고를 고집한 검찰의 행태는 한번 걸리면 기어코 없는 죄도 만드는 조직이라는 불명예를 자초하고 있다. 반성은 커녕 끝까지 기업 경영에 족쇄를 채우려는 지금의 행태는 멈추는 게 마땅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