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 출범 이후 미국 투자를 대폭 늘리며 현지화 대응에 나섰지만, 이번 트럼프 2기 정권에서 철강·알루미늄을 포함한 추가 관세 우려가 커지면서 불똥이 튀었다. 타격 업종에는 국내 수출 중심인 가전·자동차를 비롯해 조선·방산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호관세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마찬가지로 자유무역협정 국가인 멕시코·캐나다(USMCA)도 관세 정책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관세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에 대규모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주요 제조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를 비롯해 현지 기업들과 합작사를 세운 배터리 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일부 기업들은 협력사도 동반 진출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트럼프 1기 정권 이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늘렸다. 삼성·LG전자는 2018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대응을 위해 미 생산시설을 늘렸고, 현대차의 경우 2022년 10월 조지아주 서배너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한 후 작년 말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간밤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하기로 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전·자동차·배터리 모두 철강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미 현지 법인들이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이들 사업군을 포함해 트럼프 2기 정권서 사업 확장이 기대되는 방산·조선업도 철강 제품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복잡해 질 수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작년 6월 1억달러(한화 약 1380억원)을 투자해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철강업종이 1차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때도 쿼터 물량을 확대하려 했지만 결과는 계속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 현지에 투자한 자동차·가전·배터리 등 우리 기업들이 철강 물량을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받고 있는데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서 철강 물량을 다 조달할 수 없는 만큼,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조달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때는 빠르게 나서 쿼터 협상을 했지만 현재는 트럼프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는 11~12일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정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는 점에서 상호관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도, 캐나다·멕시코의 경우 한달 유예하기는 했지만 관세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여전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상호관계를 입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는데, 현재는 속도를 더 붙이는 모양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협상 도구일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관세 분쟁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유럽연합(EU) 관세도 예고했다. 미 정부는 4월까지 대중국 무역 관행을 조사 중으로 2분까지는 관세 불확싱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의 서배너 '엔마켓 아레나'에서 진행된 기공식 2부 행사에서 조지아 지역주민들이 전시 차량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