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그룹 내에 흩어진 한화오션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은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계열사별로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이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결집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10일 종가 기준),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매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34.7%에서 42.0%로 늘어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며 방산 및 조선해양 사업 글로벌 톱티어로서 사업 시너지 제고와 글로벌 수출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조선·방산 협력을 요청함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간의 시너지 창출이 예상된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약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 자원을 넓히고 있다. 2017년 1월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국내 10대 그룹 총수로서 유일하게 초청받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회장직에 올라 힘을 보탰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트럼프 정부 주요 각료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소통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미국통도 전면 배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 정부 핵심 보직을 수행한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아프가니스탄 참전 장교 출신의 한인 2세 제이슨 박(한국명 박제선) 전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방산업계에 정통한 인물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한화오션의 미국 사업에도 관여하며 한화그룹의 방산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지분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결집됨에 따라 김 부회장의 그룹 방산 사업에 대한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50%)에 더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25%),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25%)이 지분을 전량 보유한 회사다.
한화오션 지분을 매도한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는 해당 재원을 신규 사업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기존 지상 방산 중심의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이번 지분 인수로 조선해양 사업으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며 "장기 사업 잠재력이 큰 조선해양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방산 및 조선해양 기업으로의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