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도입이 한국경제 생산성을 1.1~3.2%, 국내총생산(GDP)을 4.2~12.6%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AI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대체, 소득 감소,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한국경제'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AI 도입이 없다면 노동공급 감소로 인해 2023~2050년 동안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시나리오 3을 보면 AI 도입은 이러한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일 수 있다.
AI와 기업의 생산성을 살펴보면, 기업의 생산성이 높을수록 AI 도입 비중이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회귀분석)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와 노동시장을 살펴보면 국내 근로자 중 절반 이상(51%)이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했다.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당 계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한국이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한국의 AI 준비 지수는 165개국 중 15위이다.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한국은 노동력 부족, 생산성 둔화, 의료 및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 증가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는 이러한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하지만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대체, 소득 감소,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