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계좌 해외펀드 배당금에 대한 국내와 해외 이중과세 문제 해소를 위해 국내 납부 세액 한도 내에서 외국납부세액을 폭넓게 인정해 공제해주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만기 때까지 외국납부세액을 일종의 '크레딧'처럼 쌓은 뒤 여기에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해 만기 시 내야하는 세금(세율 9%)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세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SA와 달리 연금계좌는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문제 해결은 내년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협회는 ISA 계좌별 소득합산 시 외국납부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새 기준을 마련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세법 개정안에 따라 기존 국세청이 펀드의 국외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외국납부세액을 먼저 환급해준 뒤 나중에 환급해주는 제도가 사라졌다.
대신 펀드별로 외국의 원천징수 세율과 국내 원천징수 세율을 비교해 투자자가 소득을 지급받을 때 국내에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서 외국에 낸 세금을 공제한다. 외국에 낸 세금이 부족하면 차액을 국내에서 추가 징수하고, 더 걷힌 경우 중복으로 낸 세금을 국내 납부 세액 한도 내에서 돌려받게 된다.
다만 절세계좌의 경우 길게는 수십년간 운영되고, 계좌 내 편입한 펀드도 수십개에 달할 수 있어 정확한 세금을 거두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세금을 정확히 거두기 위해선 펀드별로 연간 외국 원천징수세율과 외국납부세액을 발라내 데이터를 쌓아놔야 한다.
하지만 몇만명이 동시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는 설정과 환매가 수시로 발생하고,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에도 수 차례 매수와 매도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었다.
정부와 업계는 논의 끝에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2개 이상 펀드의 외국 원천징수세율을 14%로 일괄 간주해 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배당소득세율 14%를 원천징수했다고 인정하고 그 일부를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현지 과세당국의 배당금 원천징수 세율은 미국이 15%, 중국과 일본 등은 10%를 적용하고 있다. 비중이 가장 큰 미국을 따라가되, 미국 외 국가에도 투자하는 현실을 고려해 14%의 공제율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실이 발생한 펀드는 외국납부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에 낼 세금이 없는 손실 펀드는 공제 대상에서 빠져야 하지만, 셈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모든 펀드의 외국납부세액을 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방안이 시행되면 기존 ISA 만기 시 손익 통산을 통해 비과세 한도(일반형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 9%의 세금이 부과됐지만, 추후엔 이미 외국에서 원천징수된 세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공제액은 ISA 계좌 내 손실 펀드를 비롯한 모든 펀드의 외국납부세액을 크레딧처럼 적립해둔 것에서 일정한 공제율을 적용한 액수가 된다. ISA에 대한 세부적인 세금 부과 기준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세법이 개정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세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시스템 구축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절세계좌뿐 아니라 일반 계좌 내 펀드도 바뀐 공제 방식을 적용해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만약 30세의 개인투자자가 연금계좌를 통해 5년간 A펀드에 투자하다 전액 환매한 뒤, 5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해당 펀드에서 발생한 외국납부세액은 20년 뒤 연금을 수령할 때 공제받아야 한다. 업계와 정부는 이를 모두 기록해 두어야 한다.
업계는 이를 고려해 ISA와 연금계좌에서는 종전 방식을 유지하자고 건의했지만, 기재부는 국고로 외국납부세액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