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트럼프 1기때 유인책에 美진출
한국산 소재 쓰는 기업들 큰 부담
2017년 삼성전자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하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현 X)에 "땡큐 삼성!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고 글을 남겼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필요한 해결책'이라는 설명자료를 내고 현대차, 현대제철, 삼성·LG전자 등을 관세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했다.
백악관 설명자료가 나온 지 일주일이 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하는 계획을 오는 1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서 벗어나 있는 줄 알았던 미국 진출 기업들에게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자국 산업 유치 압박에 호응해 현지에 공장을 지었던 기업들은 관세 부과에 따른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삼성·LG전자는 2018년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대응을 위해 미 생산시설을 늘렸고, 현대차의 경우 2022년 10월 조지아주 서배너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한 후 작년 말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던 방산·조선업계도 날벼락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작년 6월 1억달러(한화 약 1380억원)을 투자해 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 조선업에 진출했다.
조선과 방산은 자동차와 함께 철강재를 가장 많이 쓰는 업종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배터리와 반도체 등 현지에 진출한 대다수의 한국 제조업체들이 철강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현지에 투자한 자동차·가전·배터리 등 우리 기업들이 철강 물량을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받고 있는데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며 이어 "현지서 철강 물량을 다 조달할 수 없는 만큼,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조달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때는 빠르게 나서 쿼터 협상을 했지만 현재는 트럼프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도움을 준 기업도 비정하게 내치는 트럼프 정부의 비정함을 보는 것 같다"며 "이런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인 모습을 볼 때 미국 투자가 관세전쟁의 돌파구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12일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정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라는 점에서 상호관세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도, 캐나다·멕시코의 경우 한달 유예하기는 했지만 관세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여전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협상 도구일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관세 분쟁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유럽연합(EU) 관세도 예고했다. 미 정부는 4월까지 대중국 무역 관행을 조사 중으로 2분까지는 관세 불확싱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지난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인근의 서배너 '엔마켓 아레나'에서 진행된 기공식 2부 행사에서 조지아 지역주민들이 전시 차량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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