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또 한 번 윤석열 대통령 접견에 나섰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윤 대통령의 '옥중정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면서 당분간 접견은 자제할 계획이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정점식·박성민 의원 등과 함께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날 접견은 30분가량 이뤄졌고 윤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김 전 대표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한편 "당이 자유 수호·주권 회복 의식과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해 주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 "날이 추운데 당 지도부는 중앙정부, 의원·당협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어려운 분들과 자립 청년, 영세 자영업자를 잘 챙겨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접견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만났고 7일에는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면회한 바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접견을 진행한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잇따라 전달하면서 한남동 '관저정치'에 이어 옥중정치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밀착하는 배경에는 보수 세 결집을 노리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려는 의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대응하려는 의도 등이 담긴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면에는 현 상황을 활용해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입맛에 맞게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의도도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마디로 의원들 개개인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은 중도 확장이 어려운 만큼 '인간적 도리'를 강조하며 어느 정도 길을 열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메시지를 낼 때마다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접견 직후 나오는 전언들이 여당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도 일면서 이날을 마지막으로 면회는 한동안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이후 정치인 접견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에서는 당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당권파들이 중도를 고민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탄핵심판과 당권을 장악한 이후를 고려하면 중도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그동안 내전 상태에 가까울 만큼 전쟁을 벌여왔고 그 양 축에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진영 간 대결을 지금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0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접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