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100조 받고 100조 더"… 판 커지는 `AI 쩐의 전쟁`

입력: 2025-02-10 09:04 유진아 기자

폰트

오픈AI 등 '스타게이트' 추진
5000억달러 들여 인프라 투자
아마존, 설비 자본지출 20%↑
가성비 딥시크 등장에 안간힘
AI 수익성 확보는 공통된 과제

[테크&포커스] "100조 받고 100조 더"… 판 커지는 `AI 쩐의 전쟁`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빅테크들이 올해 들어 AI 인프라 투자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AI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등이 발표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서 AI 인프라 확장이 경쟁이 더 뜨거워졌다. 이에 맞서 MS, 구글, 메타 역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AI 쩐의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소프트뱅크 제공

◇'스타게이트'로 판 커진 AI 인프라 전쟁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은 지난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미국 전역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공개했다. 스타게이트는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670조원) 이상을 투자해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오라클이 클라우드 및 하드웨어 기술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발표된 AI 인프라 투자 중 단연 최대 규모로, AI 훈련과 추론을 위한 초거대 데이터센터와 AI 칩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특히 오픈AI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에 합작사를 세우고 일본에서도 '일본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오너들과 회동을 가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스타게이트 공급망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성비 AI 등장에도 AI 인프라 여전히 중요

MS, 구글, 아마존, 메타도 AI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딥시크가 대표하는 가성비 AI의 등장으로 AI 개발의 효율성이 화두가 됐지만 AI 인프라 구축에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MS 등 4개 대형 기술 기업의 올해 자본 지출 예정 규모는 총 3200억달러(466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총 자본 지출액(2300억달러)보다 30%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대부분이 데이터센터로 대표되는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만개에서 수십만개 탑재해 AI 모델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칩 'H100'의 경우 가격이 개당 3만달러 안팎에 이르며 AI 모델 훈련을 위한 데이터센터에는 이런 칩이 수만∼수십만개가 필요하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 로이터연합

◇ 아마존 "올해 1000억달러 투자"

올해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 1위 사업자로서, 그동안 지켜온 선두 입지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 투자를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아마존은 올해 1000억달러의 자본지출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830억달러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자리에서 "투자 대부분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돌아갈 것"이라면서 "AI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의미있는 수요의 신호를 확인했으며,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AI 도구에 대한 기대감이 고객의 더 많은 지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2024년 설비투자에 750억달러(약 109조원)를 지출하고, 2025년에는 더 많은 지출할 것"이라며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MS 제공

◇ MS, 2025년 800억달러 투입…AI 클라우드 '애저' 강화

MS는 2025 회계연도가 끝나는 올해 6월까지 AI 인프라에 작년보다 60% 늘어난 800억 달러(약 116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 겸 사장은 지난달 3일 회사 블로그를 통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전 세계에 AI 및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약 8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오픈AI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픈AI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AI 슈퍼컴퓨팅 경쟁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구글 제공

◇구글, 750억달러 투자…AI 반도체·데이터센터 확장

4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AI 인프라 등에 약 750억 달러(약 109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597억3000만 달러를 25%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클라우드 이용자들의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이 18개월 전보다 8배 이상의 컴퓨팅 용량을 소비하는 등 AI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이를 따라잡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글은 자체 AI 반도체(신경망처리장치·TPU)를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에서도 물러섬 없이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메타 제공

◇메타, AI 투자 두배로

마크 저커버그 CEO가 이끄는 메타도 AI 인프라에 거침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타는 올해 AI, 데이터센터 등에 600억~650억달러(약 86조~93조원)의 자본지출을 할 계획이라고 연초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70%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연말까지 130만 개 이상의 GPU를 확보할 예정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이 사실을 발표하면서 "2025년은 'AI의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AI 경쟁 구도

AI 인프라 패권경쟁 구도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연합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반도체 최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는 하나하나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웬만한 국가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이들은 자체 반도체 개발과 독자 AI 인프라 확장을 통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다 딥시크로 한방을 보여준 중국도 가성비 AI와 반도체, 하드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인프라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중 AI 냉전으로 리스크에 노출된 엔비디아는 TSMC와 협력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물리AI로 지배력을 키우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AI 시장은 AI 반도체 및 인프라, AI 클라우드, AI 모델, AI 서비스 등으로 경쟁 영역이 세분화되고 있으며, 이들 기업 간 전략적 협력과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 속도와 수익성 확보가 관건

다만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지만, 투자 대비 수익모델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이 한계다.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들은 AI 클라우드를 통한 서비스 수익 창출이 목표지만, 단기간 내 손익분기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연합 역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과 운영비 부담이 뒤따른다.

현재로서는 누가 AI 인프라 경쟁에서 승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반도체와 하드웨어 약점을 극복하는 혁신 포인트를 잡아낼지, MS와 오픈AI간의 미묘한 협력과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엔비디아 왕국을 뒤흔드는 AI반도체가 등장하느냐가 향후 AI 군비경쟁의 구도를 바꿀 만한 변곡점으로 꼽힌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22
☎ 02) 3701-5500
등록번호 : 서울 아01699
등록일자 : 2011.07.15
발행일 : 2000.03.03
발행인/편집인 : 박학용

[테크&포커스] "100조 받고 100조 더"… 판 커지는 `AI 쩐의 전쟁`

이 시간 핫클릭

핫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