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보통주자본 비율 안정적
우리, 실적호조·비과세 배당 주목
KB, 환원규모 기대수준 이하 평가
신한, 분기배당·자사주 매입 영향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갈렸다. '리딩금융' KB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올랐다. 비슷한 환원책이지만 시장의 눈높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발표 후인 지난 6일 6.7%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6일 하루에만 KB금융을 75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KB금융 주가는 10일에도 1.28% 더 떨어졌다.
KB금융은 작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밸류업 계획상 13%를 충족하는 13.51%를 기록했다. 상반기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밝혔다. 이를 두고 외국계 증권사들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목표주가 상향조정에 나섰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노력의 절실함이 적다", "기대 수준보다 낮다"는 평가를 내놔 반응이 엇갈렸다. KB금융이 밝힌 주주환원 규모는 시장의 예상보다 절반으로 떨어진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높아진 기대치 대비 아쉬움이 큰 주주환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전체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며 "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다소 미흡하다.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도 실적발표와 자사주 매입 등을 발표했지만 이후 주가가 1%넘게 하락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명예퇴직비용과 개별평가 충당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등 영향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CET1도 13%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4분기 그룹 CET1은 전분기대비 14bp(1bp=0.01%p) 하락했다. 분기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하락 요인이 있었다.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CET1 비율 하락 민감도가 10원당 0.6bp에서 1bp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약 22bp의 하락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신한금융의 목표주가에 대한 평이 갈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신한지주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7만6000원으로 상향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현행 7만원에서 6만9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에 대한 목표주가(7만3000원)를 유지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실적발표 후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하나금융은 실적발표 후 주가가 1% 넘게 올라 5만9000원대에서 6만1000원대를 기록했다. 장중 3% 이상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7388억원의 순익을 내며 '4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나금융이 지난주 발표한 CET1은 13.13%로 전 분기 대비 4bp만 하락해 13%를 지켜냈다.
하나금융은 안정적인 CET1 덕에 주당 1800원의 4분기 배당과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방안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수익률은 9.7%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금융도 실적발표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주가가 6%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실적 호조와 비과세 배당 도입 발표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보인다. 비과세 배당을 하면 주주의 실질적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1500억원으로 결정했다.
다른 금융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12.08%)과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대한 불확실성 등 영향에 기대감이 낮았지만, 최근 다양한 방안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은행지주 내에서도 주주환원 중 배당 비중이 높고 배당수익률 또한 높은 편이기에 비과세 혜택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며 "주주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는 세후 배당수익률(DY)은 상위 3사 평균보다 올해 3.4%포인트(p), 내년 4.0%p 높게 기대돼 투자매력이 유효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