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역사를 만든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1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역사를 만든다")
해방정국의 풍경
신복룡 지음 / 중앙북스 펴냄
한국 현대사를 '인물'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간 책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저자는 지금껏 강의나 연구서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 비로소 털어놓는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결국 사람이 저지른 '업보'였고, 그 가운데 일부만을 '우발 이론'(contingency theory)으로 메꿀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격동의 시대에 이념과 체제, 강대국의 영향력이 세태를 좌지우지했을지라도, 결국 역사의 독립변수는 사람이였기에 책은 바로 '그 사람',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해방정국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대단한 고뇌의 결과도 아니고, 이념의 경도나 편들기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고 소박한 질문, '왜 해방정국은 파열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망국과 일제,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과 지금의 암울한 현실의 밑바닥에는 '분단'이라는 업장(karma)이 깔려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 화두를 잡고 몇십 년을 보냈다.
영화 '건국전쟁'(2024)에는 "이승만이 민주주의자였기 때문에 혁명이 일어났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의 평가가 그렇게 바뀐다면, 수유리에 묻힌 150명의 영혼은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라며 반문한다. 역사에는 모든 정치인이 과오와 공덕을 함께 이루었으나, 그렇다고 공덕이 과오를 덮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는 무엇보다 지금 와서 이승만이나 김구의 숭모자들이 해야 할 일은 누구의 죄를 묻기보다는 양쪽 후손들이 먼저 화해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승만과 김구의 기일에 서로 초대장을 보내고, 그 답례로 조화를 들고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다.
해방과 분단 80년을 앞둔 지금, 저자는 당시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그때나 이제나 역사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그래서 그저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려는 소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바람처럼, 독자들이 책을 통해 해방정국 시기를 제대로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나름대로 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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