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첫날 행사에서 AI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 밝히면서 유럽연합(EU), 특히 프랑스에 대한 투자를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둘째 날 행사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회(EC) 위원장이 "유럽의 속도를 높이고, 규제를 간소화하며, 단일 시장의 깊이를 더하면서, 컴퓨팅 역량에 투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위한 새로운 AI전략을 이날 발표할 것이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AI 안전성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시키고 글로벌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엄격한 EU AI법으로 대표되던 유럽의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행사를 맞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내 AI인프라를 위한 1090억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발동한 5000억달러(약 727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응, 미국의 5분의 1인 프랑스 인구규모를 반영한 동급의 프로젝트를 마련한 것이다. 프랑스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프랑스 대표 AI기업 미스트랄 또한 이에 보조를 맞춰 AI클러스터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딥시크의 등장도 미국 빅테크를 추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프랑스의 이번 투자 계획에 영향을 끼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경쟁이 있었고, 모두가 항상 더 크고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픈모델인 딥시크는 오픈AI 최신 모델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혁신기술을 가져와 보다 검소한 방식으로 자체 모델에 적용했다"며 "모두가 계속 이렇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레이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AI 관련 청정에너지 활용을 강조, 2026년 말까지 원자력으로 생산한 1기가와트의 전력을 AI 훈련에 쓸 수 있게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프랑스는 지난해 90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주변국에 수출했는데, 앞으로는 이 여유분을 AI 관련 투자 유치에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탈탄소화되고 제어 가능하며 안전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내 AI 선도국인 프랑스가 먼저 치고나가면서 EU 내 AI 진흥을 위한 움직임도 확산될 전망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0일 AI 정상 만찬에서 "유럽 기업들이 유럽에서 만들어진 AI를 향한 강력한 공동 노력을 위해 힘을 합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 EU 디지털 총괄인 헨나 바르쿠넨 EC 집행위원은 로이터에 "규정을 좀 더 살펴봐야 하고 중복규제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업계와 동의한다"며 "레드테이프와 행정부담을 줄일 것"이라 답했다.
한편 2023년 영국 런던, 지난해 우리나라 서울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의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하며 JD 밴스 미국 부통령,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100개국 기업관계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까지 약 1500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전경훈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참석했으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경우 둘째날 세션 발표자로도 참여한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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