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제외 영업이익 부진
소비심리 위축 불확실성 여전
항공기 리스비·유류비 등 증가
소비심리 위축 불확실성 여전
항공기 리스비·유류비 등 증가
국내 항공사들이 일제히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지만 고환율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었다. 높은 여행 수요에 따른 선제 대응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라 올해도 항공사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항공사별 특성을 고려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주요 항공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여객 수요 증가와 항공사들의 공급 확대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반면 항공사별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손실 4282억원 발생했다. 이에 당기순손실 478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또 여객 사업량 증가로 인한 운항비용 증가와 정비 투자 확대로 인한 정비비용 2297억원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LCC 중에선 제주항공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제주항공은 영업이익 52.9%, 당기순이익 83.8% 감소하는 등 이익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영업이익 하락 폭이 8%에 머물렀다. 진에어는 영업이익 8.5%, 당기순이익 25.3% 감소했다. 에어부산은 영업이익 8.4%, 당기순이익 97.7% 감소했다.
수익성 방어에 실패한 항공사들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된 데 따른 비용 증가를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 비용이나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하고 있어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비용은 증가한다. 여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도 고환율이 지속되면 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대한항공은 매출 중 외화 발생 비중이 높고, 자체 보유한 항공기가 많아 리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탄력적 여객 공급과 미주 노선의 여객 수, 견조한 항공화물 운송량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총 항공사 수익은 1조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수익 대비 4.4% 높은 수준으로, 현실화 할 경우 항공 산업 전체가 1조달러를 넘어선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순이익률은 지난해 3.3%, 올해 3.6%로 승객 1인당 7달러에 불과해 미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중동의 전쟁이 확산될 경우 갈등 상황이 악화될 수 있고,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무역 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항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여객기 참사와 지속되는 고환율·고유가 여파 등은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우선 비상계엄 여파 등에 따라 고환율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약 1364원으로 1998년 1395원을 기록한 이후 2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시 약 33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또 지난해 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올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등으로 소비자들의 심리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에선 팬데믹 이후부터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돼 왔다"며 "'손님은 많은데 남는게 없는 꼴'이 된 상황에서 항공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환헷지(위험 회피) 전략과 비용 절감 방안 마련, 신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지역적 차이도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항공사는 지난해(118억달러)에 이어 올해(138억달러)도 가장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유럽 항공사는 지난해(100억달러)에 이어 올해(119억달러)로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중동 항공사들은 3위(2024년 53억달러, 2025년 59억달러), 아시아 태평양 항공사들은 4위(2024년 32억달러, 2025년 36억달러), 라틴 아메리카 항공사들은 5위(10억달러, 13억달러), 아프리카 항공사들은 6위(1억달러, 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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