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하자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지 생산물량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국내 공장의 활용도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기에 자동차 업계에 전반적인 위기감이 조성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하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고문에 다라 한국 등 각국은 이날 발표된 25% 관세의 적용을 3월12일부터 받게 됐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143만2713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물량(278만2612대)의 51.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상호관세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으나 대(對)미 흑자가 큰 만큼 언제든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기아와 한국GM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현대차는 전체 수출 대수의 54.2%가, 기아는 34.8%가 미국으로 향했다.
관세가 현실화돼도 현대차·기아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말부터 미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시험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 판매량의 60~70%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연산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HMGMA와 각각 36만대, 35만대가량 생산 가능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을 더해 미국에서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국내 산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를 늘리고 현지 생산을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투자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할 시 국내에 뿌리를 두고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부품 협력사들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원하는 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 사람을 쓰는 것"이라며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활성화하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반대로 국내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국내 사업 발전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국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 한국GM은 생사 갈림길에 서있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생산한 차 10대 중 9대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그중 90%에 육박하는 분량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관세를 적용하게 될 시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며, 국내 점유율도 낮은 상황이기에 한국 사업장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한국GM의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으며, 관세 적용 시 이는 현실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의 한국 생산분에 대해 관세가 올라갈 시 수출에는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점유율도 낮은 상황에서 미국 수출에 영향이 있다면 연구법인 이외에 한국에 있을 필요성이 없고, 한국 생산시설을 철수할 명분을 더해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