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이 대표를 18번, 민주당을 44번 언급하며 국정 혼란의 책임을 이 대표와 민주당에 돌렸다.
권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연설을 하며 우선 12·3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 등 현 상황이 벌어진 것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29번의 탄핵소추,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를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국정 혼란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는 의미로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 대표의 방탄"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이 대표가 최근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위장 전술'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바꾼 말들은 언제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포퓰리즘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책과 노선을 수정할 의지가 있다면 노란봉투법, 국회증언감정법부터 폐기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 추가경정예산, 분권형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 의료개혁·연금개혁 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지만 분명한 원칙과 방향이 필요하다"며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회복, 취약계층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며 "승자 독식과 지역 편중의 선거구제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했다.
이 밖에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첨단기업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에너지·교통·통신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국토 종합 인프라 개발 로드맵'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수출 증가세, 1인당 국내총생산(GDP), 집값 안정, 원전 생태계 복원, 한미 동맹 복원, 한일 관계 정상화 등을 거론하며 이는 윤 정부 3년간의 성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는 선배 세대로부터 좋은 나라를 물려받았는데 우리는 후손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겠나"라며 "지금과 같은 정치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받은 만큼 물려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역점 법안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4대 개혁,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대책 수립, 극단적 대결 정치를 극복하는 개헌부터 제대로 논의하자"며 "온갖 고난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끌어온 선배들처럼 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