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연간 규모 수십조 수준
유망물질 확보·파이프라인 확대
韓 1위 R&D 비용은 2000억 미만
유망물질 확보·파이프라인 확대
韓 1위 R&D 비용은 2000억 미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인공지능(AI) 못지 않게 '쩐의전쟁'이 뜨거운 분야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해마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리며 치열하게 신약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계 시장 선두를 다투는 기업들은 연간 투자규모가 수십조를 오간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못지 않은 규모다. 자금력에서 밀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보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성공률을 높이는 '딥시크 매직'을 찾으려 AI,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각적 접근을 펴지만 수년간 투자규모가 정체돼 있다 보니 한계가 있다. 자금력에서 밀리다 보니 경쟁력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도 해외 기업에 기술이전해, 더 큰 매출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기준 10대 글로벌 빅파마들의 연간 R&D 투자금액은 총 1270억달러(184조6072억원)에 달했다. 1위는 미국 MSD(머크)로, 연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R&D에 쏟아부었다. 머크의 연간 R&D 투자규모는 310억달러(약 45조616억원)에 달했다.
머크는 항바이러스, 심혈관, 내분비학, 면역학, 신경과학, 종양학, 호흡기 및 백신 등을 중심으로 R&D를 펼치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으로부터 적극적인 기술도입을 하면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JP모건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비만·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R&D 로드맵을 공개하기도 했다.
머크는 매년 매출액의 절반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 2019년부터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2023년에는 매출액의 51%를 R&D에 썼다. 그 결과 2021년 글로벌 매출 7위 기업에서 2023년 4위 기업으로 수직 상승했다. 머크의 2023년 매출액은 510억달러(약 74조775억원)로 2021년 430억달러(약 62조4575억원)대비 19% 증가했다.
나머지 빅파마들도 연초부터 해외로부터 기술도입과 M&A를 통해 유망한 후보물질을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있다. 머크에 이어 미국 존슨앤존슨(J&J)은 3년 연속 150억달러(21조7890억원)를 투자하며 R&D에 힘쓰고 있다. J&J는 종양학, 면역학, 신경과학, 심장학, 폐고혈압, 안과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J&J의 자회사인 얀센은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얀센의 폐암치료제인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지난해 8월 FDA(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J&J의 R&D 규모는 4년 연속 글로벌 2위를 유지할 정도로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2023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제약사로 이름을 올렸다. J&J의 2020년 매출액은 430억달로 세계 제약 매출 5위를 기록했는데 2023년에는 530억달러로 매출이 23% 올랐다. 빅파마 로슈도 2년 연속 150억달러를 R&D에 투자했다.
그밖에 △노바티스(110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110억달러) △화이자(110억달러) △일라이 릴리(90억달러) △BMS(90억달러) △애브비(80억달러) △사노피(70억달러) 등 10대 빅파마는 연간 10조원 이상을 R&D에 쓰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빅파마들은 수많은 파이프라인을 두고 그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꾀하며 임상에 매진하고 있다"며 "기술도입 등을 하더라도 매년 10~15%의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더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찾는 전략을 편다"고 말했다.
빅파마들이 '신약 전쟁'을 벌이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몇년간 투자가 정체돼 있다. 전통 제약사 중 매출 1위 유한양행은 매출액의 10%를 R&D에 투자하는데 2021년에는 1782억원,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1800억원, 1944억원으로 2000억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GC녹십자는 2023년 매출액의 12%인 1953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종근당은 매출액의 9%인 151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2023년에 2006억원(매출액의 17%)을 투자했고,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13.8%인 2050억원을 투자했다.
5대 전통 제약사들은 매출액의 10%가량을 투자하지만 나머지 제약사들은 1000억원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HK이노엔은 2023년 총 702억원을 연구개발에 썼고, 제일약품은 같은 기간 490억원을 R&D에 지출했다. 그 결과 자금력의 차이가 기업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연간 7~10%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10%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약을 팔아서 남긴 이익을 고스란히 R&D에 투입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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