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高 행안부 장관대행의 `지방 행보` 이유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202102269054001[1].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高 행안부 장관대행의 `지방 행보` 이유는?")
잇따르는 지방방문은 국정운영 안정 목적
일각 재난대응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지금 이순간 그가 있어야할 곳은 어디인가
관용적으로 보자면 거의 하방(下放) 수준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까지 중국 도시의 청년들이 시골로 가 농민들과 함께 한 정치운동을 얼핏 떠올리게 한다. "민생의 길은 결국 지방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방행(行)을 본격화한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차관) 얘기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셀프 하방'으로 여겨질 정도다. 현장에서 부대끼고, 함께 하며 답을 찾으려던 하방은 시진핑 주석 같은 국가지도자를 탄생시킨 토대가 된 반면 현지인의 반감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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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6일 제18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감사로 선임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에서 머리를 맞대고 민생안정을 위한 중앙-지방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시 희생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애써주신 광주시에 감사드린다"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고, 민생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는 앞으로도 중앙-지방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강 시장은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민생과 주민의 삶에 온기가 살아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고 직무대행은 지난 1월 10일 유정복 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을 시작으로 16일 최민호 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세종특별자치 시장)을, 22일에는 박완수 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경상남도 지사)과 조재구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대구 남구청장)을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잇달아 만났다.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차관 직책의 직무대행이라지만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일정 조정이 어려울 때는 행사 같은 계기를 빌려 자리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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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직무대행의 행보에 대해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긍정론은 중앙과 지방을 연결해 국정을 통합하고, 정부혁신을 이끌어가는 부처의 사실상 수장으로서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시선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행안부 장관이 17개 시도지사와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정책 개발 동력을 잃은 데다 지방 장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탄핵 정국 속에서 재난 안전을 총괄하는 부처의 책임자로서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지난 9일 전남도 여수시 인근 해역에서 어선이 침몰해 10명이 사망·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행안부는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해 전남도와 부산시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했지만, 피해를 최소화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가용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최우선으로 인명을 구조하고 실종자 파악에 최선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으로선 1인3역을 넘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4역을 하느라 과부하가 걸렸다. 행안부 입장에선 그 닷새 전 관계부처 합동으로 '해양 선박(어선) 사고 원인분석 및 인명피해 방지대책'을 내놓은 터라 더 뼈아팠다.
10일에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에서 발생한 유류 저장탱크 폭발·화재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전례 없는 정부 공석에 향후 국민 안전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우려를 키운 사태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중대본 본부장은 통상 행안부 장관이 맡는 만큼 여러 부처를 총괄 조정해야 할 고 직무대행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 보인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高 행안부 장관대행의 `지방 행보` 이유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1202102269054001[4].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高 행안부 장관대행의 `지방 행보` 이유는?")
그렇다고 고 직무대행의 잦은 지방행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는 크게 엿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는 이상민 전 장관 사의 이후 업무 한 달째를 맞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차담회 인사말을 통해 "(탄핵 정국 등으로) 중앙정부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지만, 결국 지방정부에서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탄핵 정국, 대형 참사 등으로 민생의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기반은 지방에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여러 가지 중앙정부가 많이 하고 있지만, 중앙이 모든 것을 알지 못 한다"라며 "지방이 더 많이 알고 있고, 현장을 잘 알기 때문에 지자체와 함께 하는 것이 곧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언급, 소신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단체장들에게 이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후 잇단 지방행은 그 후속 조치 성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종시 기획관리실장을 두 차례 지내고 행정부시장을 역임해 지방행정과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리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023년 11월 행정전산망 장애 발생 때는 진두지휘해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기여했고, 지난해 관련 사고를 방지하고 대응할 법안 처리를 이끌어내면서 역량을 보여줬다.
한편으론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모두 경험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 3인의 탄핵 사태를 지켜본 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행안부의 역점 사업은 국민안전과 지방시대다. 또 디지털로 혁신하고, 미래 기반을 다지는 정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국민안전과 더불어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포함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및 출범 30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도의 청사진을 새롭게 구현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 안전만 놓고 보더라도 부처 내에 '안전 차관'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직무대행으로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어려울지 모른다. 다만, 가뜩이나 비상시국인 상황이라 '우선 순위'가 관건일 것이다.
그는 "제가 우리 직원들에게 계속 드리는 말씀은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고 강조해왔다. "제일 관심을 두는 게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고 직무대행이 지금 이 시간 있어야 곳은 어디일까.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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