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등 자사 기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와 협력에 나섰다.
딥스크 충격으로 미중 AI 패권경쟁이 더 뜨거워진 가운데 애플이 '마이웨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1일(현지시간), 애플이 알리바바와 손잡고 AI 기능을 아이폰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 AI 파트너로 알리바바 선택…규제 승인 절차 진행 중
알리바바는 지난달 29일 최신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출시했으며, 이 모델이 오픈AI의 GPT-4o(포오), 메타의 라마 3.1,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V3 모델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과 알리바바는 공동 개발한 AI 기능을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해 중국 규제 당국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애플은 지난해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를 주요 AI 파트너로 검토했지만, 바이두의 AI 기술이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협력이 중단됐다.
이후 텐센트,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딥시크 등의 AI 모델을 검토했으나, 딥시크는 대규모 사용자 지원에 필요한 인력과 경험이 부족해 최종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알리바바를 선택한 이유는, 이 기업이 방대한 쇼핑 및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AI 모델 훈련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 애플만의 방식…독자 생태계 유지하며 AI 도입
애플의 이번 행보는 AI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방형 협력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AI 모델을 타사 AI도 유연하게 도입하거나 오픈소스 방식을 취하면서 확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철저히 자사 기기와 소프트웨어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중국 AI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파트너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AI 관련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자체적인 사용자 경험(UX)과 보안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애플이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중국 AI 규제 대응…아이폰 판매 회복 기대
애플은 중국에서 AI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 기업이 개발한 AI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아이폰 16 출시 이후 AI 기능을 적용하지 못하면서, 중국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으며,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중국 내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11.1% 감소했다.
애플은 이번 알리바바와의 협력으로 중국 시장에서 AI 기능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아이폰 판매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시장에서 아이폰 16 판매가 더 잘됐다"며, 중국에서도 AI 기능이 탑재되면 아이폰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 AI 경쟁 심화 속 애플의 선택…알리바바와 협력 시너지 기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비보(Vivo), 화웨이(Huawei) 등 현지 업체들이 AI 기능을 적극 도입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이 AI 기술을 통해 아이폰을 더욱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선택한 것은 '차이나 리스크' 속에서의 현실적인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