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진행된 'AI 행동 정상회의(AI 액션 서밋)'에서는 그 결과물로 '인류와 지구를 위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AI에 대한 선언문'이 발표됐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60개국이 참여했으나, 미국과 영국은 이에 서명하지 않았다.
선언문은 AI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공익을 위한 AI'와 '지속가능한 AI'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액션)으로 △공공 이익을 위한 AI 플랫폼 및 인큐베이터 출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AI 에너지 관측소 설립 △일자리에 대한 AI 영향 관측 네트워크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다만 안전성이 거론된 것은 전체 문서에서 3회뿐이며, AI정상회의 첫 개최국 영국과 특히 AI분야도 선도 중인 미국이 불참하면서 반쪽짜리가 됐다. 브렉시트 이후 독자노선을 걷는 영국의 경우 AI 글로벌 거버넌스 및 AI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 내용이 미흡하다는 사유를 댔는데, 프랑스가 기존 블레츨리 선언의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미국 대표로 참석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유럽연합(EU)의 과도한 AI규제를 비판하면서 "AI 안전이 아니라 AI 기회를 논하러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폐막식 연설에서도 "우리는 AI가 이념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미국의 AI가 권위주의 검열 도구로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매우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미국은 AI분야 리더이며, 우리 정부는 이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번 AI정상회의 기간 동안 개최국인 프랑스부터 자국 AI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행사를 맞아 프랑스판 스타게이트인 1090억유로(약 164조원) 규모의 민간 AI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딥시크 쇼크'로 생긴 기회에 대해 거론하면서 미스트랄 등 자국 AI기업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저녁 만찬에선 AI 애플리케이션 리더 목표를 밝혔고, AI인프라 투자 관련해선 자국의 원자력 발전 역량을 내세우기도 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EU 또한 전반적으로 대규모 AI 투자를 통한 AI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흐름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이번 행사에서 EU 역내 AI산업 육성을 위한 2000억유로(약 300조원) 규모 민간·공공자본 동원 계획인 '인베스트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500억유로는 기존 EU 기금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로, 초거대AI 훈련에 특화된 'AI기가팩토리'를 역내 최소 4곳 구축할 예정이다.
EU AI법에 대한 손질도 가해질 전망이다. EU 디지털 총괄인 헨나 바르쿠넨 EC 집행위원은 로이터통신에 "규정을 좀 더 살펴봐야 하고 중복규제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업계와 동의한다"며 "레드테이프와 행정부담을 줄일 것"이라 전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나가고 유럽은 뒤처졌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AI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차기 AI정상회의 개최 의사를 밝혔다. AI 안전성을 중시하는 측에선 이번 행사 결과에 대해 실망하는 반응도 보인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행사에 대해 "기회를 놓친 것"이라 평하면서 차기 행사 관련해 "AI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는 기술의 증가하는 보안 위험에 대해 보다 온전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이번 AI정상회의 일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프랑스 개인정보감독기구(CNIL)와 함께 'AI 시대의 국제 데이터 거버넌스와 개인정보 보호'를 주제로 한 고위급 원탁회의를 현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개인정보위), 프랑스(CNIL), 영국(ICO), 아일랜드(DPC), 호주(OAIC) 등 5개국 개인정보 감독기구는 AI 혁신 촉진과 개인정보 보호가 상생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