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무역 리스크를 비롯한 한국의 경제 위기를 두고 전직 경제원로들은 여전히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며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산업구조 개편 등 체질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대한상의 회관에서 전직 경제관료를 초청해 '한국경제가 나아갈 길, 경제원로에게 묻다' 간담회를 개최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무역을 비롯해 인플레 등 세계 경제의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라며 "AI(인공지능)가 경제와 사회의 기존 질서를 상당히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덮치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여기 계신 원로들은 과거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신 분들로, 이들의 식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듣고 기업이 실천해야 될 부분을 과감히 시천하고 국회와 정부에도 전달해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표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국무총리는 트럼프 2기 보호무역 체제에 대응해 한국이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꼭 필요로 하는 나라로 만들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AI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점은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 인재 육성 등에 민간을 비롯해 국회나 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회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두르는 민관정 콤비네이션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거시경제 지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협력관계가 중요한데,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지속적인 파트너십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예를 들어 조선업의 경우 우리는 세계 2위 수준의 건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택적·전략적·경쟁적 협력관계를 중국과 모색해 나가는 것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과 아울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저출산 문제는 2030세대의 앞으로의 문제"라며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도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고, 미국의 잭슨홀 미팅(경제·통화 정책 분야 고위 당국자 회당)처럼 금융계가 우리 산업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회담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단체이며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내수 문제"라며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금리를 포함한 금융이나 재정 문제는 단기적인 해결책인 만큼,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내수와 서비스 산업 확장으로 연결하는 등 산업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행정부가 마비 상태인 상황에서는 경제정책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이 부분이 안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이나 금리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는 한편 투자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8년 전인 2016년에도 지금 내수부진과 같은 유산 상황을 겪은 적 있었지만 그때는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반전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 리스크는 사실 어느정도 예상이 됐던 부분이며, 우리가 동원할 무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만약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면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민간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최태원(오른쪽부터) 대한상의 회장,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 이헌재 전 재정부 장관이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